[사설] 인사수석실 신설은 문제 해소의 시작일 뿐

입력 2014-06-27 02:20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 인사수석실을 신설키로 한 것은 고위공직 인사(人事) 실패를 차단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행정부 2인자인 국무총리조차 제대로 임명하지 못할 정도의 인사 난맥상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절박함의 표현이라고 본다. 최근 들어 고위공직 인사 시스템 개선책으로 거론됐던 외부인사위원회나 당청합동인사위원회 설치의 경우 말은 그럴 듯하지만 현실성이 크게 떨어진다. 비밀유지라는 인사의 기본 성격을 고려하지 않은 발상이기 때문이다.

인사수석실 설치는 그런 점에서 기대해 봄직하다. 이 제도는 노무현정부가 처음 채택했다가 이명박정부 출범 때 폐지했었다. 대통령 인사의 막중함을 감안할 때 우수한 인재를 발굴해 철저한 검증을 하기 위해서는 수석비서관급 책임자를 둘 만하다. 현재 청와대는 극소수 인원의 인사지원팀을 두고 비서실장이 위원장인 인사위원회 실무를 담당토록 하고 있다. 턱없이 부족한 인력이다.

청와대는 인사수석실에 인사비서관과 인사혁신비서관을 두고 인사수석에게 인사위원회 간사를 맡긴다는 계획이다. 인사혁신비서관을 두는 것을 보면 대통령의 인사를 돕는 데 그치지 않고 행정부 전체의 인사개혁 기능까지 수행토록 할 모양이다. 통상적인 인사를 잘하려면 인사제도 개혁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에서 옳은 방향이다.

인사수석실을 설치한다고 해서 훌륭한 인사가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현 정부의 잇따른 인사 참사가 제도나 시스템의 문제라기보다 인사권자의 잘못된 생각 때문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앞으로 인사수석실 운영을 잘해야 하는 이유다. 그것은 전적으로 대통령과 비서실장의 몫이다.

최우선 과제는 인사수석 인선이다. 첫 단추를 잘못 꿰면 아무것도 안 된다. 대통령이 신뢰하는 사람을 그 자리에 앉혀야겠지만 도덕성과 소신을 갖춰 대통령에게 사심 없이 의견을 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인사수석에서 물러나면 더 이상 권력을 좇지 않고 공직을 떠날 사람이 좋겠다. 그런 점에서 정치인이나 관료 출신은 배제하는 게 마땅하다.

인사수석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널리 훌륭한 인재를 찾아나서는 일이다. 실세 비선 라인을 차단하고 박 대통령의 수첩에 적혀 있지 않은 사람을 꾸준히 천거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인사수석실도 이런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분열과 갈등이 아니라 통합과 화해의 인사가 절실하다는 점을 대통령에게 끊임없이 건의해야 인사수석 제도가 성공할 수 있다. 공직후보 검증은 국민 눈높이에 맞추는 게 매우 중요하다. 인사 수요가 생겼을 때 국민 박수를 받을 만한 사람을 즉각 추천할 수 있을 정도로 광범위한 인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