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가 녹록지 않았던 첫 번째 월드컵에서 첫 승을 거두며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을 달랬다.
보스니아는 26일(한국시간) 조별리그 3차전에서 이란을 3대 1로 물리쳤다. 1992년 유고슬라비아 연방에서 독립한 뒤 처음 진출한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거둔 기념비적인 첫 승리다. 앞서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에 잇따라 패하며 16강 진출이 좌절되긴 했지만 보스니아는 좋은 경기력으로 전 세계 축구팬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번 대회에서 보스니아의 출발은 좋지 않았다. 아르헨티나와의 첫 경기를 자책골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전반전 시작 3분 만에 수비수 세아드 콜라시나치는 공을 잘못 건드려 자국 골대 안으로 흘려보냈고, 이 골은 월드컵 역사상 가장 이른 자책골로 기록됐다. 이 경기에서 보스니아는 1대 2로 분패했다.
나이지리아와의 2차전은 오심 때문에 고개를 숙여야 했다. 보스니아의 에딘 제코가 정확히 넣은 골은 심판의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무효가 된 반면 나이지리아 피터 오뎀윙기가 골을 넣을 때 이매뉴얼 에메니케가 핸들링 파울을 저질렀지만 그대로 골로 인정됐다. 결국 보스니아는 0대 1로 패했다.
보스니아 선수들은 이란전에서 그동안 발휘했지 못했던 공격력을 아낌없이 분출하며 억울함을 풀어냈다. 간판 공격수 제코는 전반 23분 페널티 구역 뒤쪽에서 강력한 땅볼 슛으로 선제골을 터뜨리며 자존심을 회복했다. 그리고 미랄렘 퍄니치와 아브디야 브르샤예비치까지 골을 넣으며 이란의 수비진을 유린했다. 2001년부터 2009년까지 이란과 5번 겨뤄 1무4패에 그쳤던 보스니아로서는 이란 징크스를 깨 기쁨이 두 배였다.
사페트 수시치 보스니아 감독은 “승리하겠다는 우리의 의지가 이란보다 강했다”면서 “우리는 이제 승리와 함께 당당하게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며 월드컵 첫 승을 자축했다. 주장 에미르 스파히치는 “조국이 자랑스럽다. 그리고 조국은 우리를 자랑스러워할 것이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우리 팀이 자랑스럽다. 우리가 첫 월드컵 국가대표팀이라 더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보스니아 ‘월드컵 첫승’ 감격
입력 2014-06-27 0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