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동산시장 염두에 둔 대출확대 신중해야

입력 2014-06-27 02:10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에서 비롯된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방침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국내외에서 들리고 있다.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통해 침체된 내수를 살려보겠다는 최 후보자의 의도가 큰 방향에서는 맞다고 하더라도 후폭풍이 걱정된다는 지적이다.

지난 24일 방한, 국가신용등급 평가 작업을 하고 있는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는 보고서를 통해 “부동산 대출 규제를 완화할 경우 이미 높은 수준인 가계부채 비율을 더 높이고 가계의 부채 상환 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60%를 초과해 다른 선진국과 비교할 때 훨씬 높다는 것이다. 피치는 앞서 한국의 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위험 요인으로 가계부채를 지적한 바 있어 대출규제 완화가 단행되면 자칫 국가신용등급 강등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노무라증권도 “부동산 시장 회복 노력이 건설투자에는 긍정적 영향를 주겠지만 민간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수준이 임계치에 도달했다”고 지적했다.

최경환 경제팀은 국내외 공신력 있는 기관들이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는 이유를 잘 새겨야 한다. 부동산 시장과 대출이 동시에 활황일 경우 금융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은 여러 나라들의 사례를 통해 입증됐다. 따라서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일괄적으로 할 것이 아니라 LTV와 DTI를 별도로 검토한다거나 지역·나이를 고려해 대출자별 맞춤형으로 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부동산을 이용해 경기를 진작시키기 위한 최선의 방책은 대출이 아니라 구매자의 소득을 늘려 집을 살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지난 1분기 5인 이상 사업체 상용근로자의 실질임금 상승률이 2년3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는 한국은행의 발표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