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선택권이 있다면 16강 상대로 칠레가 아닌 다른 팀을 선택했을 것이다.”
A조 1위로 16강에 오른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브라질 감독은 B조 2위 칠레가 대전 상대로 확정된 지난 24일(한국시간) 이같이 말했다. 스콜라리 감독이 언급한 ‘다른 팀’은 10골을 몰아치며 3승을 기록해 B조 선두를 차지한 네덜란드다. 그만큼 오는 29일 맞붙는 같은 남미국가 칠레가 브라질에 부담스럽다는 의미다.
실제 브라질은 칠레와의 최근 두 차례 평가전에서 1승1무에 그쳤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브라질이 앞서지만 경기 내용은 빠듯했다. 1승도 후반 34분 극적인 결승골이 터져 겨우 챙길 수 있었다.
그러나 스콜라리 감독이 엄살을 부리고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브라질은 자국에서 진행되는 월드컵에서 ‘영원한 우승 후보’에 걸맞은 면모를 유감없이 뽐내고 있다. 특히 경기를 진행할수록 점점 기량이 향상되는 모습이다.
빼어난 개인기에만 의존했던 과거와 달리 브라질은 탄탄한 수비력과 끈끈한 조직력까지 가미해 경기를 풀어가고 있다. 수비수들은 거칠고 적극적인 플레이로 ‘브라질=공격축구’라는 인식을 깨트리고 있고, 미드필더진은 욕심을 부리기보단 헌신적인 플레이에 집중한다. 물론 ‘펠레의 후계자’ 네이마르가 이끄는 공격 라인은 경기당 2.3골을 집어넣는 등 여전히 화려하다.
칠레 입장에서 브라질은 ‘월드컵의 악몽’이었다. 칠레는 1998 프랑스월드컵과 2010 남아공월드컵 16강에서 브라질과 만나 각각 1대 4, 0대 3으로 대패하고 8강 진출에 실패했다.
브라질과 16강전 대결만 벌써 세 번째 치르는 칠레는 이번만큼은 징크스를 털어버리겠다는 의지에 가득 차 있다. 칠레의 핵심 미드필더 아르투로 비달은 “브라질을 이기는 것은 우리의 꿈”이라고 강조한 뒤 칠레가 조별리그 경기에서 스페인을 2대 0으로 누른 사실을 상기시키며 “세계 챔피언을 이겼으니 브라질도 격파할 수 있다”고 호언했다.
2012년 칠레 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호르헤 삼파올리 감독은 칠레의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을 극대화시켰다. 그는 칠레 선수들이 키가 작은 반면 속도가 빠르다는 점을 이용해 낮고 날카로운 크로스 위주로 플레이를 펴는 팀을 만들었다. 세계적인 명장 마르셀로 비엘사 전임 감독이 구축했던 강한 압박과 정교한 패스는 여전했다. 여기에 위협적인 스타플레이어 알렉시스 산체스, 에두아르도 바르가스가 포진된 양 측면은 칠레의 파괴력을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따봉! 월드컵-미리보는 16강… 브라질 vs 칠레] 세계최강 화력 vs 남미복병 기습… 운명의 한판
입력 2014-06-27 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