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월드컵이 진행될수록 가장 많은 본선 진출국을 보유한 유럽의 부진이 부각되고 있다. 조별리그를 거치면서 남미 대륙에 밀려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중간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다. 경기력이 2010 남아공월드컵 때보다 못해 우승이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브라질월드컵 개막 전 ‘죽음의 조’로 꼽혔던 D조 성적이 유럽팀의 몰락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해 12월 조 추첨 결과 유럽의 이탈리아와 잉글랜드, 남미의 우루과이가 포함된 D조에서 북중미 지역 코스타리카의 16강 진출을 예상하는 것은 어려웠다.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코스타리카가 첫 상대 우루과이를 3대 1로 꺾으며 이변을 예고했다. 두 번째 상대인 이탈리아도 1대 0으로 물리치며 예상을 깨고 D조에서 가장 먼저 16강에 진출했다. 반면 월드컵 우승 경험이 있는 이탈리아(4회), 잉글랜드(1회)는 각각 조 3위와 4위를 기록해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경기 내용도 좋지 못했다. 이탈리아와 잉글랜드는 코스타리카와 우루과이를 상대로 2골씩을 뽑아내는 데 그쳤다. 이탈리아가 기록한 1승도 같은 유럽팀인 잉글랜드를 상대로 한 것이었다.
다른 조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디펜딩챔피언이자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인 스페인은 마지막 경기에서 호주에 승리하긴 했지만 조별리그 두 번째 상대인 칠레에 패하며 이번 대회에서 가장 먼저 16강 탈락을 확정한 국가가 됐다. A조 유일의 유럽팀인 크로아티아는 남미지역의 개최국 브라질과 북중미의 멕시코에 밀렸고, 첫 출전국인 유럽의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도 월드컵 첫 승을 기록한 데 만족해야 했다.
유럽팀의 몰락이 두드러진 가운데 E조는 상대적으로 유럽팀이 강세를 보이며 체면을 유지했다. E조의 프랑스와 스위스는 조 1, 2위로 16강에 진출해 남미의 에콰도르, 북중미의 온두라스를 따돌렸다. 하지만 아쉬움도 남겼다. 프랑스는 온두라스, 스위스를 대파하며 이번 대회의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올랐으나 마지막 에콰도르와의 경기에선 수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0대 0 무승부를 기록했다.
남미팀에 비해 유럽 팀이 부진한 것은 기후, 시차 등의 영향이 크다. 남미팀의 경우 브라질에서 훈련을 하거나 경기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또 고온다습한 기후 역시 유럽팀보다 중남미팀이 적응하기가 더 수월하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체면구긴 유럽
입력 2014-06-27 0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