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전용 선수’라는 조롱을 받았던 ‘축구 천재’ 리오넬 메시(27)가 월드컵 본선 슬럼프를 말끔하게 극복해 나가고 있다.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3경기에서 4골을 몰아치며 아르헨티나의 3전 전승을 이끌었다.
이전 월드컵에서 메시가 보여준 성적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2006 독일월드컵, 2010 남아공월드컵에 출전했지만 첫 월드컵 데뷔전에서 넣은 골이 유일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활약한 10시즌 동안 276경기에 나와 243골을 기록해 경기당 평균 0.88골을 찍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없이 초라한 성적이었다.
이에 메시에게는 축구 전설의 반열에 오르기엔 부족하다는 따가운 시선이 늘 따라다녔다. 유독 월드컵에서 부진한 메시를 두고 자국 아르헨티나 축구팬들의 여론은 차가웠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에서 매 경기 골맛을 보며 그간 마음고생을 털어냈다.
특히 26일(한국시간) 포르투알레그리의 베이라히우 경기장에서 열린 나이지리아전은 메시의 진가가 유감없이 발휘된 경기였다.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린 지 3분 만에 아르헨티나 앙헬 디 마리아의 슈팅이 골대를 맞고 튀어나오자 문전으로 쇄도하던 메시는 강력한 왼발 슛으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이어 나이지리아가 1분 뒤 아메드 무사의 동점골로 따라붙자 전반 추가시간에 그림 같은 25m 프리킥 골로 다시 아르헨티나에 리드를 안겼다. 메시의 멀티골에 힘입은 아르헨티나는 나이지리아를 3대 2로 격파했다. 앞서 메시는 지난 16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월드컵 본선에서 8년 만에 골을 터뜨렸다. 이후 경기에서도 메시의 활약이 이어졌다. 지난 22일 이란과의 2차전에서는 후반 추가시간 천금같은 골로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했다. 이 골로 아르헨티나는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메시는 경기 후 “어릴 때부터 무척 하고 싶던 것을 해냈다. 오늘 내 꿈이 실현됐다”며 감격에 젖었다. 그러면서도 “우리 팀은 똑같은 꿈을 꾸고 있기에 계속해서 침착함을 유지해야 한다”며 “우리가 바라는 꿈을 향해 계속해서 정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에서 패배한 스티븐 케시 나이지리아 감독조차 “메시는 정말 대단하고 축복받은 선수”라며 “그를 막을 수 없다. 메시는 목성에서 온 사나이”라고 감탄했다.
메시는 단숨에 득점왕 경쟁에도 이름을 올렸다. 클럽 동료이자 브라질 축구스타인 네이마르와 함께 공동 1위를 달리게 됐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진짜 메시’ vs ‘알프스 메시’ 16강서 맞대결] ‘축구 천재’ 살아있네
입력 2014-06-27 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