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후로 한국 사회는 급진적인 변환기를 맞았다. 예술도 그랬다. 당대 미술가들은 해방 후 현실 참여 정도에 따라 평가 받았다. 작품의 가치와 미학적인 담론은 논외였다. 미술가들은 생계를 위해 당시 미군 PX에서 초상화를 그렸고, 장식 접시에 그림을 그려내면서도 전시회를 열어 끈질긴 예술의 혼을 선보였다.
덕수궁미술관장,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등을 지냈고 현재 한국미술품감정연구소 감정위원, 국제교류재단 전문위원으로 활동중인 저자가 6·25전쟁 발발 후 3년간 그려진 전쟁 관련 그림을 정리했다. 책은 ‘참혹했던 시기. 누가 북으로, 누가 남으로 갔는가’라는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전쟁의 발발부터 1·4후퇴, 휴전과 귀환, 이후 분열까지를 폭넓게 다룬 이 책은 이념과 생존 앞에 고뇌했던 미술가들의 발자취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수록된 이응노의 ‘서울 공습’(1950)이나 김기창의 ‘피난민’(1953) 등은 당대 현실을 적나라하게 표현한다. 저자는 “전쟁은 화가들에게 새로운 미술과 세계를 향한 눈을 갖도록 해줬다”며 “6·25 당시의 문화예술 활동과 미술가들의 행적에 대한 계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손에 잡히는 책] 화가들이 화폭에 기록한 한국전쟁의 풍경
입력 2014-06-27 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