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동부전선 일반소초(GOP) 총기난사 사건 후 한국 교회의 ‘선한 사마리아인’(Sunshine·약칭 선샤인) 캠페인이 주목받고 있다. 김대덕 한국기독교군선교연합회(MEAK) 총무는 27일 “총기 사고의 한 원인이 폭력과 갈취 등 병사들의 생활관에서 벌어지는 부조리라는 문제의식에서 캠페인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선샤인 캠페인은 한국군종목사단(KPCA)과 MEAK가 벌이고 있는 병영문화 개선운동이다.
캠페인의 직접적 계기는 2011년 인천 강화도에서 벌어진 해병대 총기난사 사건. 후임병에게 무시받는 등 일종의 따돌림 ‘기수열외’에 앙심을 품은 보호관심사병 김모 상병이 총기를 난사해 4명이 숨졌다. 교계는 군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전우에게 기독 장병이 선한 동반자가 되도록 훈련해야 한다고 절감했다.
“나는 기독 장병으로서 힘들어하는 동료 전우에게 힘이 돼 주고 건강한 병영문화를 만들자는 선샤인 사역에 예수님의 사랑을 가지고 적극 동참할 것을 서약합니다.”
지난 19∼21일 KPCA와 한국기독군인연합회가 주최한 구국성회에서 수천 명의 기독 장병들이 이 서약서를 낭독하고 서명했다. 이날 제시된 ‘5대 실천사항’은 강도당한 이를 도운 사마리아인(눅 10:25∼37)처럼 동료를 대하는 것이다.
“누구든 머리 빡빡 깎고 군복 입으면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압박감을 느낀다. 훈련 마치고 자대배치 받은 신병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를 건넨다. 적응에 어려움은 없는지 살펴보고 ‘경청’한다. 함께 훈련받고 운동하고 예배드리며 ‘동행’한다. 과정에 충실한 태도를 ‘칭찬’한다. 긴급한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상부에 보고하고 힘든 일을 돕는 ‘선행’을 한다. 김 총무가 설명한 실천방법이다.
기독 장병 개개인이 병영을 선교 현장으로 보고, 삶으로 크리스천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MEAK는 매월 한 차례 입대를 앞둔 기독청년을 대상으로 이런 내용의 교육을 실시한다. 생명존중센터는 24시간 상담전화(02-744-8279)도 운영한다. KPCA도 군대 교회에서 장병을 대상으로 캠페인을 전개 중이다. 하지만 기독 장병의 개인적 노력으로 군대문화를 바꾸고 사고를 예방하기는 어렵다.
목회자들은 목회와 상담 사역이 더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한다. 최근 사고 발생 사단에서 사역했던 예비역 이용락 목사는 “병사 2000명이 넘는 그 ○○연대에는 군목도 없고, 교회도 없다. 1만명 넘는 사단에 목회자가 딱 3명이다. 철책과 해안을 다 경비하는 사단이다. 경비 지역이 보통 사단의 3배다. 근무 환경이 열악하다. 병사들의 스트레스가 큰 데 비해 의지할 곳이 적다”고 전했다.
현재 군목은 260여명. 신학대학원에서 목회상담을 공부한 목회자는 군대교회 사역 외 상담자 역할을 한다. 이 목사는 “매주 신입 장병은 집단 상담 형태로 50∼60명, 보호관심사병은 개인 상담 형식으로 8∼10명을 만났다”며 “전문상담관도 240여명 수준이다. 사단에 배치된 상담관도 3명 정도다. 개인적 고민이 있는 사병이라도 전문성 있는 목회자나 상담관을 만나기가 어려운 형편”이라고 말했다.
군대교회를 통해 군대문화 개선에 기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성일 KPCA 단장(공군 군종실장)은 “군 사고와 관련, 군 교회는 병사들에게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관심과 사랑을 보여줘야 한다. 부사관이나 장교들은 신병들이 부대에 잘 적응하도록 돕고 격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작은 실천으로 군문화를 바꾼 경우도 있다. 근래 경기도 남부 한 육군부대 생활관에서는 후임병이 선임병의 빨래를 하고 군화를 닦는 악습 일명 ‘딱까리’가 없어졌다. 생활관 병장 중 가장 선임이 된 크리스천 Y병장이 “이제 우리 후임병들에게 잔심부름 시키지 말자”고 제안했다. ‘군 기강이 무너진다’ ‘억울하다’며 반발하는 이들이 있었지만 결국 Y병장의 솔선수범에 하나 둘 동의했다. 대부분의 부대가 상부 지시로 악습을 없앴지만 Y병장은 제자의 발을 닦은 예수의 모습을 닮기 위해 동료들을 설득했다.
충남 보령의 H군대교회의 경우 주일 오후 군인 20여명이 드럼 베이스 키보드 등의 악기를 배운다. 신앙이 없는 장병도 악기를 배우기 위해 교회를 찾아온다. 이 단장은 “악기를 통해 교회에 친숙해지고 자연스럽게 기독교의 생명존중 정신이나 사랑을 배우게 된다. 군 생활에서 오는 고단함도 음악을 통해 견디고 승화시키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뉴스&이슈-군인 선교 이상없습니까] 명령→ 복종 대신 선한 동반자로… ‘선샤인’ 캠페인
입력 2014-06-28 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