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극 부른 ‘열외’

입력 2014-06-26 03:58
육군 22사단 55연대 최전방 일반소초(GOP)에서 총기난사 사건을 일으킨 임모(22) 병장이 군 수사 당국에 후임병사들과의 ‘불편한 관계’를 언급했다. 2011년 해병대 2사단 해안소초 총기난사 사건이 ‘기수 열외’에서 비롯된 데 이어 ‘계급 열외’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계급 열외란 군 조직에서 ‘왕따’를 당한 결과 자기 계급에 걸맞은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고 후임들로부터 선임 대접을 받지 못하는 현상이다. 임 병장의 경우 사건 당일 같은 계급인 병장과 함께 근무했던 것으로 밝혀져 사실상 ‘일병 대우’를 받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육군 수사본부의 조사 과정에서도 주로 후임들에게 품었던 불만을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계급 열외는 해병대에서는 기수 열외라는 다른 이름으로 불리며 고질병처럼 반복되는 악습이다. 인천 강화 해안소초에서 4명을 살해한 김모 상병의 범행 동기도 선임과 후임들의 각종 열외 조치, 투명인간 취급 등 집단 따돌림에서 비롯됐다.

군이 지난해 전군을 대상으로 두 차례 ‘사고예측’ 판별 검사를 실시한 결과 관심군이 3만명, 위험군이 2만명으로 조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군기 사고를 낼 가능성이 있는 장병만 5만명에 달한다는 결과다. 62만명 병력의 8%에 달한다. 국방부는 7월까지 특별정밀진단을 실시해 관심병사를 재분류할 방침이다.

군 당국은 대책으로 2007년부터 병사들의 군 적응을 돕기 위해 병영생활 전문상담관 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인성검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며 자살 우려가 있는 병사는 정신과 군의관 상담을 거쳐 병원 입원치료를 받는 ‘비전캠프’ ‘그린캠프’에 입소시킨다.

그러나 입원치료가 오히려 ‘꼬리표’가 돼 왕따를 강화시킨다는 주장도 있다.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2011년 8월 부대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A씨의 경우 B등급 관심병사로 분류된 뒤 그린캠프에 보내져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치료 후 동료들은 그를 놀리고 따돌렸다. 하지만 현역복무 부적합 심의는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그 누구도 (나를) 믿어주지 않고 도와주지 않는다’는 메모를 남기고 자살했다. 임 병장도 A등급과 B등급을 오가는 관심병사였지만 그와 함께 GOP로 전입했던 소초장이 사건 2개월 전 교체되는 등 제대로 된 ‘관심’을 받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서는 관심병사 관리 소홀, 사고 발생 2시간 뒤 ‘진돗개 하나’ 발령 등 군의 위기대응 능력에 대한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새누리당 황우여 의원은 “이번 사건은 군 내에서 발생한 ‘세월호 참사’라고 볼 수 있다”며 “GOP 근무 장병 전원에게 방탄조끼를 지급하라”고 주장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은 “해당 부대는 관심병사 비율이 높다고 하는데 돈 없고 백 없는 사람만 그런 곳에 간 것 아니냐”고 따졌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경계 부대의 관리 분야가 소홀히 다뤄져 이번같이 큰 사건을 유발해 대단히 송구스럽다”며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집단 따돌림이라는 현상이 군에 존재한다”며 “그러나 과연 (이번 사건의) 원인이 그것뿐이냐에 대해 수사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