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후폭풍] “네 탓” 감정싸움 벌이지만… 靑도 與도 野도 자유롭지 못하다

입력 2014-06-26 03:45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 가지도 못한 채 낙마하면서 여야가 국정공백 책임을 떠넘기며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25일 서로에게 '적반하장'이라며 날을 세웠다.

발단은 문 전 후보자 사퇴를 놓고 "인사청문회까지 가지 못한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한 박근혜 대통령의 언급에서 시작됐다. '야당이 국회법이 보장한 인사청문 절차를 무시했다'는 식으로 해석되면서 정치권 감정싸움으로 비화된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즉각 반발했다. 김한길 공동대표는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대통령의 발언을 '삼류 정치'라고 평가절하하며 격한 반응을 쏟아냈다. 김 대표는 "원서도 내지 않고 시험을 보지 못해 불합격했다고 억지를 쓰는 꼴"이라면서 "이런 식으로는 국정 정상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영선 원내대표도 "청와대는 (문 전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요청안 미제출 이유를 '재산상 서류 미비'라고 해놓고, 마치 인사청문회를 못한 것을 국회 탓인 양 말하고 있다"고 가세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어 "(대통령의 말은) 유체이탈 화법"이라며 "누가 인사청문회에 가지 못하게 원인을 제공했는지 밝혀야 한다"고도 했다.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박 대통령도 요청을 안 하지 않았느냐. 그만큼 국민들이 두렵기 때문에 (인사청문 요청을) 못한 것으로 본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문 전 후보자 낙마를 정쟁에 이용했다고 반격했다. 윤상현 사무총장은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대통령을 향해 인사청문 요청안을 보내지 말라고 겁박하고 윽박지른 게 누구냐"며 "입학원서 접수를 무조건 거부한 채 시험 안 봤으니 불합격이라고 외치는 '나쁜' 입학사정관과 뭐가 다르냐"고 했다. 김현숙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야당은 정쟁에 이용하기 위해 (문 전 후보자를) 무차별 공격해놓고 일말의 책임조차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언론과의 접촉에서 "야당이 인사청문회 자체를 정쟁 수단으로 삼는 것을 시정하지 않으면 합리적인 국정 수행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 전 후보자의 자진 사퇴 요구에는 청와대나 여당, 여당 모두 예외가 없었다. 박 대통령은 문 전 후보자 지명 이후 14일 동안 임명동의안과 인사청문 요청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았다. 문 전 후보자의 역사관 논란으로 비판 여론이 팽배하자 스스로 인사청문회를 회피한 셈이다. 새누리당 역시 유력한 차기 당권주자부터 초선 의원까지 사퇴 촉구 메시지를 보냈다. 새정치연합은 문제의 '교회 강연'이 알려지자 곧바로 "인사청문회를 할 가치조차 없다" "상식이 있다면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말아야 한다"며 공세를 퍼부었다. 하지만 인사청문회 논란이 불거지자 이제 와서 서로 '네 탓' 공방만 벌이는 모양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