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이 지난해 7월 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발생한 214편 B777-200 여객기 착륙 사고와 관련해 상당한 보상 책임을 지게 됐다. 사고 주요 원인이 조종사 과실로 결론 난 만큼 최장 90일간의 운항정지 처분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는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 본부에서 열린 회의에서 "(사고 당시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들이 완벽하게 숙지하지 못한 자동조종 시스템에 과도하게 의존했다"고 밝혔다.
NTSB는 항공기의 자동속도조절장치가 의도하지 않게 해제된 뒤에도 조종사들이 항공기의 속도와 고도를 제대로 관찰하지 않은 점을 사고 원인으로 추정했다. 하강 중인 항공기의 앞부분을 다시 들어올리는 복행이 늦었다는 점도 지적했다.
크리스토퍼 하트 NTSB 위원장 대행은 기자회견에서 "조종사는 어떤 상황에서든 항공기를 완전하게 통제해야 한다"며 "기본적으로 조종사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NTSB가 사고 원인을 사실상 조종사 과실로 결론내면서 아시아나항공의 손해배상 책임은 더 커지게 됐다. 당시 사고로 승객 291명 중 3명이 숨지고, 180여명은 중경상을 입었다. 사고 직후 아시아나항공은 선지급금 제안을 수용한 승객 90명에게 1만 달러(약 1020만원)를 우선 지급했다. 최종 보상액이 정해지면 나머지 금액을 보상한다는 방침이다.
피해자와 유가족은 아시아나항공과 협의 또는 소송을 통해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국제 항공운송 규정인 몬트리올협약에 따르면 사고에 과실이 있는 항공사의 피해 배상 책임엔 제한이 없다. 미국에서 소송이 제기되면 배상액은 더 커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미 샌프란시스코 소재 연방지방법원에서는 아시아나항공과 B777 제조사인 보잉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 소송에서 두 회사는 누구 책임이 더 크냐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여야 한다.
NTSB는 B777의 자동조종 시스템과 보잉사가 만든 매뉴얼이 복잡하다는 점 등을 사고 배경(기여 요인)으로 지목했다. 사고조사 보고서에는 자동속도조절장치의 복구 기능이 살아 있었다면 충돌 20초 전 작동해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보잉사는 성명에서 "자동조종 시스템을 사고 원인에 포함한 데 반대한다"며 반발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르면 다음 달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제재 수위를 결정한다. 현행 규정대로라면 아시아나항공은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에 대해 각각 최장 60일과 30일간 운항을 정지당할 수 있다. 또 운수권 배분 규칙에 따라 내년부터 3년간 국제선 노선 배분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아시아나항공은 사과성명을 내고 "앞으로 안전에 있어 최고의 항공사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밝혔다.
강창욱 기자, 워싱턴=배병우 특파원kcw@kmib.co.kr
美NTSB “2013년 착륙 사고 조종사 과실탓”
입력 2014-06-26 03: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