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턱’ 걸린 朴대통령… 與 지도부에 ‘SOS’

입력 2014-06-26 04:37

박근혜(얼굴) 대통령이 급작스럽게 여당 원내지도부를 청와대로 불러 50여분간 요담을 나눴다. 전날 문창극 전 후보자의 중도하차로 다시 공백상태를 맞은 차기 국무총리 인선을 놓고 정치권 분위기를 전해 듣고 입장을 밝힌 것으로 관측된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25일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박 대통령이 오후 5시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를 만났다"면서 "국회 현안에 대한 폭넓은 의견교환과 함께 최근 국민적 관심사안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고 밝혔다. 민 대변인이 언급한 '국민적 관심사안'은 문 전 후보자 자진사퇴 사태와 차기 총리 인선 문제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민 대변인은 그러나 박 대통령과 여당 원내 지도부 사이에 오간 대화 내용에 대해서는 "이 원내대표가 당에서 브리핑할 것"이라며 언급을 삼갔다. 이후 이 원내대표는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주로 우리가 얘기하고 대통령은 듣는 입장이었다"며 "박 대통령은 야당에 대해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청와대·여당은 차기 총리와 관련된 대화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두 차례 연속 실패한 자신의 총리 후보자 발탁에 대한 정치권의 평가를 전해 듣고, 차기 후보자를 어떤 인물로 지명해야 할지를 상의했을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은 문 전 후보자에 대한 야당의 공격이 부당하다 생각하지만 총리 인선에 대한 솔직한 평가도 듣고 싶어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최근 총리 후보자 인사검증 부실 비판 여론에다 문 전 후보자의 인사청문 요청안을 재가하지 않은 문제로 사면초가에 빠진 상황이다. 보수 지지층에서는 "문 전 후보자 인준 서류를 아예 국회에 보내지 않아 청문회 자체가 열리지 않은 것은 박 대통령이 그간 고수해온 '원칙과 신뢰'에 위배된다"면서 "대통령과 여당이 책임 회피에만 급급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민심이 이미 문 전 후보자를 떠난 마당에 대통령이 무조건 법절차만 고집할 수 없었다는 반론도 있지만 7·30재보선을 앞두고 있는 박 대통령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를 반영하듯 회동에서는 인사청문 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얘기가 오갔다. 이 원내대표가 "잣대가 너무 높고 개인 프라이버시를 다 공개하는 '언론 청문회' 식의 제도는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말했고, 박 대통령은 공감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이 여당 지도부를 따로 만난 것은 대선 승리 1주년인 지난해 12월 19일 황우여 당시 새누리당 대표와 최고위원들을 불러 비공개 만찬을 나눈 이후 6개월여 만이다.》관련기사 3·4면



남혁상 권지혜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