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대부분 정신적 외상 시달려”… ‘손과마음선교회’ 세미나

입력 2014-06-26 02:32 수정 2014-06-26 20:40
서울 중구 정동제일교회에서 24일 열린 ‘북한 주민의 심리적 외상과 그에 대한 대책’이라는 주제의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강연을 듣고 있다. 손과마음선교회 제공

북한선교단체 손과마음선교회(이사장 최덕순 목사)는 24일 서울 중구 정동길 정동제일교회에서 ‘북한 주민의 심리적 외상과 그에 대한 대책’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전문가들은 “심적 고통을 조장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않으면 탈북민들의 정신건강은 앞으로도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탈북민 정착지원 기관인 하나원의 정신과 전문의 전진용 교수는 “수천명의 탈북민을 상담한 결과 공통적으로 심각한 정신적 외상(트라우마)을 호소했다”며 “원인은 지속되는 스트레스”라고 말했다.

전 교수는 “탈북민들은 북한에서 체제 불안과 의식주 등 기본적 사회서비스의 붕괴로 절망에 빠진 경험이 있다”면서 “탈북 후에도 중국 등 제3국에 숨어 지내면서 언제 발각돼 북송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희망을 품고 남한으로 왔지만 차별적 시선과 불안정한 신분, 가족에 대한 그리움, 낯선 자본주의 문화와 외래어 사용 등 복합적 요인 탓에 끊임없이 스트레스에 노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탈북민 출신 상담가 유혜란(북한체제트라우마치유센터 대표) 박사는 “탈북민이 남한에 적응하지 못하는 근본 원인은 ‘북한체제 트라우마’에서 얻은 상처인 ‘거짓 자기(false self)’에 있다”고 진단했다.

북한체제 트라우마란 생존을 위협하는 기근과 체제에 대한 불안, 공개처형과 집단수용, 지속적 통제 등으로 인해 공포를 반복적으로 느끼는 증상이다. 유 박사는 “이 공포 탓에 북한 주민들은 자유의지와 사고력, 이타성과 종교성 등이 내포된 ‘참 자기(true self)’를 상실하고, 자기존중감이 떨어지면서 사회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 찬 거짓 자기를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한에 와도 거짓 자기는 치유되지 않아 만성적으로 타인을 의심하고 책임을 전가하며, 대인관계를 왜곡시켜 결국 고립된다”며 “그 결과는 자살, 가정불화, 알코올 중독, 정신병, 각종 범죄 등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사회적 인식 변화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전 교수는 “탈북민들은 자신들을 ‘북한사람’이라고 규정짓는 시선과 차별에 가장 많은 상처를 받는다”며 “북한의 도발로 혐북(嫌北) 정서가 확산되면 자신을 비난하는 것처럼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자신을 진정한 이웃으로 바라보는 것”이라며 “남북 문화의 차이를 이해하고, 차별적 시선을 거둬 진정한 이웃이 되어 준다면 탈북민들이 받는 스트레스의 악순환 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 박사는 “막연한 관심보다는 이들이 처한 문제를 바로 알고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남북통일에 앞서 무엇보다 탈북민들의 거짓 자기를 치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박사는 “그들이 참 자기를 찾고, 남한 주민들과 조화롭게 살게 되면 이를 바탕으로 통일 후 발생할 수 있는 남북 주민의 충돌에도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