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포니 대령 증손자 벤 포니씨 “한국 젊은이들 6·25 잘 몰라 흥남철수 일깨워줄 때마다 뿌듯”

입력 2014-06-26 02:16
6·25전쟁 당시 흥남철수 책임자였던 고(故) 에드워드 포니 대령의 손자로 서울대 국제대학원에 재학 중인 벤 포니씨가 25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전시실에서 김인규 한국전쟁기념재단 이사장(왼쪽)과 얘기하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해마다 6월 25일을 맞을 때마다 각별한 느낌을 갖습니다. 6·25는 한국의 역사일 뿐 아니라 우리 가족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벤 포니(28)씨는 25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포니씨는 “증조할아버지와 한국의 인연이 없었다면 저도 이 자리에 서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64년 전 흥남부두 철수 당시 수많은 피란민의 목숨을 구한 고(故) 에드워드 포니 대령의 증손자다.

1950년 12월 유엔군은 중공군의 급작스러운 개입으로 수세에 몰렸다. 미 10군단은 흥남부두까지 밀려나 철수 명령을 받았다. 흥남부두에는 군인뿐 아니라 피란민 10만명이 몰려 있었다. 당시 통역을 맡았던 현봉학 박사는 에드워드 포니 대령을 찾아가 “피란민을 구해 달라”고 애원했고 포니 대령은 상관인 알몬드 소장을 설득했다. 결국 군함과 화물선, 상선 등 총 14척이 미군 10만명과 피란민 10만명을 무사히 구했다.

포니씨는 현재 서울대 국제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올해 초 입학해 첫 학기를 마쳤다. 한국전쟁기념재단 참전용사 후손 장학생으로 선발돼 등록금과 생활비를 지원받았다. 포니씨는 “우리 가족이 한국과 처음 갖게 된 인연 때문에 동아시아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며 “외교 안보 분야에서 활약해 한·미동맹과 동아시아 평화를 위해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포니씨는 한국인들의 안보의식에 깊은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한반도 정세는 결코 안정적이지 않다”며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핵실험 등 불안한 상황이 계속되는데 정작 한국인들은 무관심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젊은 사람들이 6·25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아 많이 아쉽다. 그걸 알리는 게 내 역할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학생들이 종종 ‘왜 한국에 왔느냐’고 묻습니다. 그때마다 증조할아버지 이야기를 들려주면 다들 깜짝 놀랍니다. 한국인들에게 잊혀져 가던 흥남 철수를 일깨워줄 때마다 매우 뿌듯함을 느낍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