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공세 안 부러워”… 입소문에 뜬 영화들

입력 2014-06-26 02:38

‘입소문’은 힘이 세다. 대대적인 마케팅을 했던 영화도 때론 개봉 첫 주말 관객의 외면 속에 사라지고 만다. 반면 최소한의 홍보만 했던 영화도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반응이 좋아 꾸준히 상영된다. 입소문을 타는 것이다. 인터넷이 발달된 시대, 입소문의 속도는 더 빨라졌고 파급력은 더 강력해졌다.

요즘 극장가에는 입소문을 타고 선전 중인 두 영화가 돋보인다. 한국영화 ‘끝까지 간다’와 스웨덴 다양성 영화 ‘창문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 그것.

이선균·조진웅 주연의 ‘끝까지 간다’(사진·감독 김성훈)는 24일 280만명을 돌파하며 4주 연속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개봉한 이 영화는 시작부터 센 작품과 맞붙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패스트’(5월 22일 개봉·430만명), 톰 크루즈 주연의 ‘엣지 오브 투모로우’(6월 4일·400만명). 그뿐인가. 톱스타 장동건, 차승원이 출연하는 한국영화 ‘우는 남자’(6월 4일·60만명) ‘하이힐’(6월 4일·33만명)과도 접전을 치러야했다.

‘끝까지 간다’는 8년 만에 신작을 선보이는 잘 알려지지 않은 감독, 티켓파워가 검증되지 않은 배우. 기대치는 낮았다.

개봉 첫 주 스크린은 500여개. 대작들이 보통 900∼1000개관에서 시작하는 것에 비하면 적었다. 하지만 자칫 극장에서 사라질 뻔한 이 영화에 호평이 쏟아졌다. ‘올 상반기 개봉된 한국영화 중 가장 재미있다’ ‘제대로 웃기는 범죄액션물’등의 평을 받으며 네이버 네티즌 평점 9점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 결과 손익분기점 150만명을 훌쩍 넘겼다.

또 하나 눈여겨볼 영화는 ‘창문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감독 플렉스할그렌)이다. 100세 생일에 ‘그냥’ 요양원 창문을 넘어 슬슬 어디론가 걸어간 할아버지 알란. 그가 우연히 돈다발이 들어있는 가방을 가져가게 되고, 가방을 잃어버린 악당들이 그를 좇는다. 알란은 마냥 한가롭고 가방을 돌려줄 마음도 있는데 경찰이나 악당은 어이없게도 그를 쫓아오지 못한다. 그 과정에서 스탈린과 아인슈타인의 멘토로 20세기 역사를 들었다 놨다 한 ‘뜬금없는’ 능력자 알란의 생애가 그려진다. ‘포레스트 검프’를 연상시키는 이 영화는 코미디에 감동 코드까지 녹아있다.

지난 19일 개봉한 이 작품은 강력한 입소문을 탔다. ‘이 시대 청춘들에게 할배가 위로를 건네는 것 같다’는 평을 받으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급속도로 퍼졌다. 덕분에 개봉 6일 만에 14만명을 돌파했다.

상반기 다양성 영화의 이례적인 흥행을 이끌었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그녀’의 같은 기간 스코어를 뛰어넘는 것이다. ‘영화의 힘’으로 무장한 두 영화가 어느 정도 뒷심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