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극 부른 ‘열외’

입력 2014-06-26 02:59
육군 22사단 55연대 최전방 일반소초(GOP)에서 총기난사 사건을 일으킨 임모(22) 병장이 군 수사 당국에 후임병사들과의 ‘불편한 관계’를 언급했다. 2011년 해병대 2사단 해안소초 총기난사 사건이 ‘기수 열외’에서 비롯된 데 이어 ‘계급 열외’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계급 열외란 군 조직에서 ‘왕따’를 당한 결과 자기 계급에 걸맞은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고 후임들로부터 선임 대접을 받지 못하는 현상이다. 임 병장의 경우 사건 당일 같은 계급인 병장과 함께 근무했던 것으로 밝혀져 사실상 ‘일병 대우’를 받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육군 수사본부의 조사 과정에서도 주로 후임들에게 품었던 불만을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계급 열외는 해병대에서는 기수 열외라는 다른 이름으로 불리며 고질병처럼 반복되는 악습이다. 인천 강화 해안소초에서 4명을 살해한 김모 상병의 범행 동기도 선임과 후임들의 각종 열외 조치, 투명인간 취급 등 집단 따돌림에서 비롯됐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7월 공개한 ‘군 복무 부적응자의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1169명 중 7.9%에 달하는 92명이 군 복부 부적응 집단으로 분류됐다. 인권위 관계자는 2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군 복무 부적응자는 개인과 군대의 부조화로 인해 자신은 물론 군대와 일반 사회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군 복무 부적응자와 ‘왕따 병사’들을 관리할 대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군 당국은 2007년부터 병사들의 군 적응을 돕기 위해 병영생활 전문상담관 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인성검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며 자살 우려가 있는 병사는 정신과 군의관 상담을 거쳐 병원 입원치료를 받는 ‘비전캠프’, ‘그린캠프’에 입소시킨다.

그러나 상담관 면담 사례가 적어 실제 성과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오는 데다 입원치료가 오히려 ‘꼬리표’가 돼 왕따를 강화시킨다는 주장도 있다.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2011년 8월 부대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A씨의 경우 B등급 관심병사로 분류된 뒤 그린캠프에 보내져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치료 후 동료들은 그를 놀리고 따돌렸다. 전문상담관을 찾아가 “진짜 힘들고 죽고 싶다”고 말했지만 현역복무 부적합 심의는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그 누구도 (나를) 믿어주지 않고 도와주지 않는다’는 메모를 남기고 자살했다.

임 병장도 A등급과 B등급을 오가는 관심병사였지만 그와 함께 GOP로 전입했던 소초장이 사건 2개월 전 교체돼 제대로 된 ‘관심’을 받지 못했을 공산이 크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사고 당시) 소대장은 부중대장이 직무대리를 하고 있었다”며 “원래 소초장은 지난 4월 중순 감시장비 분실, 시설물 관리 부실 등으로 보직 해임됐다”고 밝혔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 출석, “경계부대의 관리 분야가 소홀히 다뤄져 이번같이 큰 사건을 유발해 대단히 송구스럽다”며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집단 따돌림이라는 현상이 군에 존재한다”며 “그러나 과연 (이번 사건의) 원인이 그것뿐이냐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