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인선 이번엔 제대로… 사회 추스를 ‘통합형’ 1순위

입력 2014-06-26 02:21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 자진사퇴 이후 후임 총리로는 국민통합을 이끌 수 있는 인사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극단적인 여야대치 정국을 극복하고, 보수와 진보를 아우를 수 있는 능력과 인품을 갖춘 통합형 인사가 기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권과 학계 전문가들은 정치·사회적 불안으로의 확대를 막기 위해 조속한 국정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에 대한 재검토 못지않게 ‘신상털기’ ‘마녀사냥’ 식으로 이뤄지는 여론몰이 검증도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통합·화합 의지 보여줄 인사 필요=우선 총리 인선은 대통령의 화합 정치 및 국정개혁 의지를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바로미터이므로, 이를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인물을 기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임채정 전 국회의장은 2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차기 총리는 균형감각과 융통성을 갖춘 부드러운 인사, 국민 의견이나 야당 의견을 귀 기울여 듣고 정책에 잘 반영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화합·대화 의지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도 꼬집었다. 임 전 의장은 “우선 박 대통령이 (야당과) 대화할 자세를 보여주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총리를 세운다 해도 화합정치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소속인 원희룡 제주도지사 당선자도 국민통합형 국무총리 필요성을 역설했다. 원 당선자는 “총리가 통합형으로 가줄 때 대통령도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이 넓게 활용돼야 한다”며 “국민통합 카드를 대통령만 쥐고 있으면 막상 국가가 위기에 처하고 대립이 벌어질 때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은 인사에 선택권을 넓게 갖고 있으니 인재 풀(pool)을 넓게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윤창중(전 대변인)·문창극(후보자)같이 나름대로 소신과 용기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통합이라는 가치를 포기한 상태에서의 소신과 용기는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청문회 통과만 목표로 해선 안돼=전문가들은 차기 총리감이 인사 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할 자격과 도덕성을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는 데는 공감했다. 그러나 이것이 최우선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도덕성과 인품, 평판 등에 대한 기준이 한층 엄정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국정과제 이행이라는 중대한 임무를 수행할 능력이 전제돼야 한다는 의미다.

가상준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총리 역할은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대통령 의중을 따라 행정부를 이끌어가는 것인데, 청문회만 생각해서 이를 통과할 사람으로 하자는 발상은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관료들에 대한 장악력, 핵심 국정과제인 국가 대개조 등을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고민해야 한다”며 “청문회라는 게 뛰어넘어야 할 산이지만 가장 중요한 이슈는 놓쳐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각계의 폭 넓은 인재 풀에서 총리감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대통령은 김기춘 비서실장의 좁은 인재 풀에서 벗어나 각계에서 추천을 받아야 한다”며 “사전검증도 어느 때보다 철저히 해서 국민의 신망을 받을 수 있는 인물을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신상털기·마녀사냥식 여론몰이 근절 필요=현재처럼 이뤄지는 여론재판식 정치권·언론의 검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능력과 개혁의지보다는 조그만 흠결이 침소봉대돼 정국이 혼란에 빠지는 상황이 재연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특히 현 대통령제에서 총리의 위상과 역할을 먼저 냉정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대통령제에서 총리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데, 총리를 도덕과 인격 및 능력을 모두 갖춰야 하는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국민은 대통령을 뽑았지, 총리를 뽑은 게 아니다. 총리에 대해 너무 엄한 잣대를 들이미는 것은 안 된다”며 “이에 대한 국민적 재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선거를 통해 당선된 대통령이 총리·장관을 임명하는 절차가 여야 간 정쟁의 도구가 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남혁상 권지혜 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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