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전선 GOP 총기난사 사건을 일으킨 임모 병장은 고교 자퇴생이었다. 군 복무 중 자살이나 사고 가능성이 높아 특별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는 의미의 ‘관심병사’로 낙인 찍혔던 임 병장은 학창시절부터 주변 관계가 순탄치 않았던 것 같다. 왕따나 따돌림을 받았는지는 불분명하지만 그를 기억하는 교사와 친구들의 진술을 종합하면 임 병장이 학교 부적응 위기학생이었던 것은 확실하다. 아쉬운 건 그의 자퇴가 너무 쉽게 이뤄졌다는 것이다.
너무 쉬운 자퇴
임 병장은 고3이던 2010년 3월 15일 수원의 모 고교를 자퇴했다. 3학년에 진급한 뒤 한 번도 학교에 나가지 않자 개학 2주 만에 자퇴 처리가 된 것이다. 학교는 임 병장의 자퇴를 만류했다고 하지만 교사가 학생을 직접 만나 설득하거나 학업중단 숙려의 기회를 제공하지는 않았다. 당시는 학업중단 숙려제가 도입되기 전이었지만 고2 담임교사의 조언도 없이 자퇴 처리가 이뤄졌다. 당시 고2 담임은 제자가 고3에 올라가자마자 학교를 그만둔 사실을 총기난사 사고가 날 때까지 알지 못했다. 이 학교에는 위기학생 지원 전담 교실인 위(Wee)클래스가 설치되지 않았다. 상담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기회도 없었다. 임 병장의 보호자인 아버지가 찾아와 ‘학교 부적응과 치료’를 자퇴 이유로 분명하게 밝혔지만 위기학생 지원 프로그램은 가동되지 않았다. 교육부는 2009년부터 학교 부적응 아이들을 돕기 위해 학교단위에 위클래스를, 교육지원청에 위센터를 설치하고 있다. 학교를 그만둔 뒤 임 병장은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에 진학했으나 주변에 친구가 없기는 여전했다.
학교를 그만둔다고 반드시 인생 낙오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학교를 이탈한 10대 아이들은 많은 경우 내면에 분노와 불안을 키우게 된다. 주변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데서 오는 자존감의 상처가 주요인이다. 자존감이 심하게 낮아지면 자해나 자살 충동에 시달리고, 타인에 대한 맹목적인 공격 성향을 드러내게 된다.
국민일보가 ‘학교 밖 아이들을 품자’는 캠페인의 일환으로 시작한 꿈나눔 캠프에 참가한 자퇴생 민영(가명·19)은 자살 시도를 다섯 번이나 했다. 자신이 못났다는 자괴감이 들면서 잘난 사람들을 무차별로 죽이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고 했다. 그런 충동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살 시도를 한 것이다. 캠프를 통해 자존감을 회복하고 새로운 꿈과 목표를 갖게 된 지금은 더 이상 그런 생각을 하지 않게 되었다는 민영이의 고백은 위기 학생들에게 어떤 도움을 줘야 하는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문제행동이 있을 뿐 문제아이는 없다. 아이들은 100번, 1000번도 바뀔 수 있다.
꿈과 자존감 심어줘야
위기 학생에게 꿈과 자존감을 심어주면 자살충동과 묻지마식 범죄를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다. 방치하면 분노 조절을 못하는 관심병사처럼 자라게 된다. 관심병사뿐 아니라 흉악한 범죄자로 전락하게 된다. 위기학생 관리를 잘 하지 못하면 우리 사회가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한다. 꿈과 자존감을 심어주려면 주변의 관심과 사랑, 그리고 배려가 필요하다.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경청만으로도 아이들은 용기를 낸다. 꿈나눔 캠프를 통해 만난 아이들의 변화를 지켜본 결론이다. 지금도 해마다 7만명 안팎의 초·중·고교생이 학교를 그만둔다. 조기유학을 가는 학생들을 제외하더라도 6만여명의 아이가 학교 적응에 실패하고 떠난다. 학령인구 감소 추세 속에도 학업중단 학생은 줄지 않고 오히려 늘고 있다. 위기 학생 증가는 교육의 위기다. 자퇴생 출신의 관심병사가 일으킨 총기난사 사고를 계기로 위기학생 지원 정책이 강화돼야 한다. 학교 안팎의 위기 아이들을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도입돼야 한다.
전석운 사회부장 swchun@kmib.co.kr
[데스크시각-전석운] 관심병사가 된 위기학생
입력 2014-06-26 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