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는 19∼24일 실시한 주요 교단·단체 인사 29명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연합기관의 정상화 방안 의견을 취합했다. 정상화의 걸림돌로 지목됐던 지도부의 전횡과 무분별한 이단 해제 문제는 여기서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들 문제에 대해서는 타협할 수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설문에 응하신 분 명단은 미션라이프·missionlife.co.kr 참조).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이 현 지도부와 회원교단을 그대로 두고 통합이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 중 79.3%인 23명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일부 이단 내지 이단 의심 단체가 회원으로 가입된 상태에서는 통합이 불가하다는 강경한 입장과 현 지도부에 대한 극도의 불신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통합이 불가능하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모두 20명이 답했다. 이 중 가장 많은 8명이 한기총과 한교연을 모두 해체하고 건전한 교단을 중심으로 새로운 연합기관을 설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교단장협의회를 확대·발전시켜 기존 연합기관을 대체하자는 의견이 5명, 이단 교회 및 교단을 제명한 후 통합을 추진하자는 답변이 4명이었다. 기존 연합기관의 지도부를 전면 교체한 후 통합을 추진하자는 의견은 3명이었다.
기독교한국침례회 서용오 행정국장은 “한기총과 한교연, 두 기관의 기득권 싸움 때문에 통합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진정한 연합을 위해서는 새 판을 짜는 게 더 현실적”이라고 밝혔다.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여의도순복음) 엄진용 총무도 “어쩌면 기존 세력의 변화는 어려울 수 있다”면서 “교단 중심으로 건전성을 회복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설문조사 문항과 별개로 주요 교단 및 그 교단장들이 중추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은 이들이 많았다. 세계성시화운동본부 김철영 사무총장은 “현직 교단장들이 의사결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고, 한국장로교총연합회 김명일 사무총장은 “예장 합동과 통합 등 큰 교단이 책임감을 갖고 연합사업에 참여하면 제반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조제호 사무처장도 “교육부 인가를 받은 신학교를 보유한 교단들을 중심으로 교단장협의회를 구성하고, 합의제로 의사결정을 하면서 상설조직으로 만든 뒤 주요한 사안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통합이 가능하다는 전제 하에 적절한 통합방식을 묻는 질문에는 모두 18명이 응답했다. 과반인 61.1%(11명)가 선택한 방안은 ‘통합을 위한 추진기구를 설립해 통합방안을 마련하자’는 것이었다. 소수의견으로는 ‘서두르지 말고 장기적으로 통합을 추진하자’는 의견이 3명, ‘제3의 연합기관 설립 후 한기총과 한교연을 흡수통합하자’와 ‘한기총으로 무조건 통합하자’는 의견이 각각 2명의 지지를 받았다.
한국복음주의협의회 김명혁 대표회장은 “현재 한기총 지도부를 완전히 해체하고 한교연을 확대·발전시킨 후 한국교회의 전체적인 연합을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이를 위해 각 교단의 존경받는 지도자들로 구성된 ‘한국교회연합준비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주장했다. 반면 대한예수교장로회 개혁총연 표스데반 총무는 “한교연을 해체하고 한기총으로 복귀해야 하며, 연합기관은 중소교단의 활동을 이해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응답자들은 한교연과 한기총의 통합이나 연합기관 정상화에 앞서 교계 지도자들의 회개와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국교회언론회 심만섭 사무국장은 “지도자들이 봉사와 섬김보다 명예와 권력에 더 신경 써선 안 된다”면서 “개인의 욕심보다 한국교회 전체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신학대학총장협의회 유석성 회장은 “예수 십자가 정신으로 돌아가 정의와 평화를 위해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장 합동 황규철 총무도 “예수님의 마음으로 하나가 돼야 한다”고 요청했다. 국가조찬기도회 정균양 사무국장은 “지도자들이 마음을 비우고 한국교회 전체의 유익을 위해 비장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철영 사무총장은 한국교회의 리더십 교체를 주문했다. 그는 “연합기관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한국교회가 신뢰하고 존경하는 젊은 지도자들로 리더십을 교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고세욱 송세영 유영대 전병선 박재찬 신상목 백상현 박지훈 이사야 진삼열 기자
[한국교회, 위기를 넘어 희망으로-1부 (3) 분열 극복과 통합의 길] ② 다양한 통합안들
입력 2014-06-26 02:54 수정 2014-06-26 15: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