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군부 서열 3위인 인민무력부장이 1년1개월 만에 장정남에서 현영철로 교체된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군부 서열 2위 이영길 총참모장은 최근 두 달 가까이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감춰 교체설이 제기된다.
◇北 군부에 무슨 일이…=조선중앙방송은 평양 과학자주택단지인 위성과학자거리 건설 현장에서 전날 열린 군민궐기대회 소식을 전하며 “인민무력부장인 조선인민군 육군대장 현영철 동지”를 대회 보고자로 소개했다. 지난 4일만 해도 노동신문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현지지도 소식을 전하며 장정남 인민무력부장이 동행했다고 전했다. 20일 사이에 인민무력부장이 교체된 것이다.
장정남은 군부 내 소장파로 평가받는 인물로 지난해 5월 인민무력부장에 올랐다. 당시 50대 중후반인 그가 전임 75세의 김격식을 대체하면서 김 제1비서의 핵심 측근이란 해석이 뒤따랐다. 하지만 1년밖에 버티지 못했다. 최근 김 제1비서 수행이 뜸했던 것으로 봐선 경질 쪽에 무게가 쏠린다.
반면 현영철(65)은 지난해 5월 총참모장에서 내려온 뒤 공개석상에서 한동안 보이지 않아 은퇴설이 나돌았다. 그러다 한 달 뒤인 6월 김 제1비서가 강원도 5군단 산하 ‘오성산 초소’를 현지지도할 때 수행하는 모습이 포착돼 5군단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관측됐다. 그런 뒤 1년여 만에 인민무력부장으로 컴백해 건재함을 과시한 셈이다. 그는 강경파로 꼽힌다. 총참모장을 하다가 아래 급인 인민무력부장에 호명돼 언뜻 강등으로 비치지만 북한은 핵심 엘리트 그룹에 들어가기만 하면 주요 직책을 돌아가며 맡는 게 통상 있는 일이라고 한다.
◇교체 주기 짧은 이유는=이로써 김정은 시대 들어 인민무력부장은 2년 새 세 번, 총참모장은 두 번 바뀌었다. 지난해 8월 총참모장에 오른 이영길(59)은 올해 4월 27일 장거리 포병구분대 포사격 훈련 현장에 모습을 보인 것을 끝으로 두 달 가까이 공개 활동을 않고 있다. 그 전까지 매달 하루가 멀다 하고 김 제1비서를 수행해오다 최근에는 반드시 모습을 드러내야 할 군 현지지도에도 여러 번 빠졌다. 16일 김 제1비서의 잠수함 시찰 때도 변인선 부총참모장이 수행했다. 이 때문에 정부도 이영길이 단순히 건강 이상으로 안 보이는 건지, 교체 가능성이 있는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 제1비서가 군 장악력을 유지하기 위해 수뇌부를 자주 교체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4월에는 군 서열 1위이자 김 제1비서에 이어 북한권력 2인자로 꼽혔던 최룡해 당시 총정치국장이 황병서에게 자리를 내주고 물러나야 했다.
일각에선 최룡해가 당·군·정 행사에 거의 빠짐없이 등장하고 있는 점을 들어 건강상 이유로 총정치국장에서 물러났을 뿐 여전히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노동신문에 김 제1비서를 수행하는 황병서 얼굴이 잘린 사진이 이따금 실릴 때가 있다”며 “황병서가 정말 2인자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룡해가 김 제1비서에 대한 충성심 과시 차원에서 업무수행 능력이 떨어지는 군 간부를 자주 바꾸는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
北, 또 인민무력부장 갈아치워… 軍수뇌 잦은 교체 왜
입력 2014-06-26 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