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숙제를 해오지 않았다며 교사로부터 30분 넘게 ‘얼차려’를 받은 고등학생이 허벅지 근육 파열 진단을 받았다. 학생은 체내 분비물이 혈액에 섞이는 바람에 장기 손상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서울 강서구 Y고교 2학년 A군(17) 등 8명은 지난 20일 ‘대학수학능력시험 특강교재 2쪽 풀어오기’ 숙제를 해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교실 뒤로 불려나갔다. 장모(29) 교사는 이들에게 “앉았다 일어서기 800회를 하라”고 지시했고, 학생들은 교실 뒤쪽에서 얼차려를 받았다. 당시 반에는 39명의 학생이 수업을 듣고 있었다.
장 교사는 30여분간 얼차려를 시키며 “내가 낸 문제를 푼 사람이 지목한 학생은 얼차려를 그만하도록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몇몇 학생은 자리로 돌아갔지만 A군은 끝까지 얼차려를 받아야 했다.
수업이 끝난 뒤 집에 돌아가던 A군은 다리가 풀려 두 번이나 넘어졌고 이틀 후인 22일 검은 소변까지 봤다. 놀란 부모가 A군을 근처 병원으로 데려갔지만 담당의사는 “증상을 볼 때 급성신부전이 오고 평생 투석을 받고 지내야 할 수도 있으니 당장 큰 병원에 입원시키라”고 했다.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한 A군은 ‘허벅지 횡문근융해증’ 진단을 받았다. 허벅지 근육이 파열되면서 분비물이 혈액에 섞이는 등 장기까지 손상된 상태로 전해졌다. A군은 24일 일반병실로 옮겨졌지만 여전히 걷지 못하는 상태다. Y고 관계자는 “A군이 24일에야 등교를 못한다고 연락을 해와 사건을 뒤늦게 파악하는 중”이라며 “해당 교사는 ‘수업에 집중하다 보니 얼차려 시간이 길어진 것 같다’고 학부모께 사과했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교사가 앉았다 일어서기 800회 시켜 근육 파열… 학교 6일 넘도록 “경위 파악 중”
입력 2014-06-26 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