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사퇴를 계기로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마에 올랐다. 박근혜 대통령의 허술하고도 독선적인 인사가 일차적으로 비판받아야겠지만 검증이 너무 가혹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현 정부 출범 이후 1년4개월 만에 무려 3명의 총리 후보자가 낙마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라면 국정수행 능력이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인사청문회의 벽이 두려워 공직을 맡지 않으려 할 것이란 관측은 일리가 있다.
인사청문회는 국회가 대통령이 지명한 고위 공직자의 업무능력과 도덕성을 점검함으로써 행정부의 인사권을 통제하는 제도다. 미국 제도를 본떠 14년 전 도입했으나 아직 정착되지 않고 있다. 고위 공직 희망자들에게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도록 사회 분위기를 조성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되지만 검증 때마다 정치공방에 휩싸이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작년과 올해 3명의 총리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 서보지도 못하고 사퇴한 것은 현행 제도에 흠결이 있음을 말해준다. 이른바 여론재판을 당해 국회에서 자신의 생각과 포부를 밝힐 기회조차 박탈당한 것이다. 문 후보자는 사퇴 기자회견에서 인사청문회 기회를 갖지 못한 데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여야 정치권이 자진 사퇴를 요구하고, 대통령이 청문회 요구서를 국회에 보내지 않은 까닭이다.
이는 명백히 잘못된 것이다. 공직 후보자가 정략을 수반하는 여론재판을 피해 국민 대표들의 평가를 받도록 하자는 인사청문회 제도의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한 것이다. 여야와 대통령 모두 정치적 손익 계산을 한 결과다. 따라서 지명된 공직 후보자는 본인이 포기하면 하는 수 없겠지만 전원 청문회에 설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청문(聽聞)이란 듣는 것 아닌가. 언론에 의해 제기된 쟁점에 대해 자초지종을 들어보지도 않고 무릎을 꿇게 하는 것은 정치적 가혹행위다.
공직 후보자 검증이 흠집을 내기 위한 신상털기식으로 이뤄지는 것은 곤란하다. 업무능력 이외에 당연히 도덕성을 점검해야겠지만 사생활을 파헤치는 데 주안점을 둬서는 안 된다. 사생활 들추기는 개인 망신주기에 다름 아니다. 이와 관련해 공개된 인사청문회에선 정책수행 능력을 중점적으로 검증하고, 도덕성 부분은 비공개 회의를 통해 점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 국회가 도덕성 분야에서 유형별 기준을 정하는 것도 생각해봄직하다. 재산, 병역, 납세, 위장전입, 논문표절, 변호사 수임료, 사외이사 활동 등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통과 기준을 정해 공개할 경우 자신 없는 사람은 청와대 인선 과정에서 포기하게 될 것이다.
그나마 정치권 일각에서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미국과 한국 등 극소수 국가에서만 시행되는 이 제도가 하루빨리 뿌리내릴 수 있도록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겠다.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을 방치할 경우 인사청문회 폐지론이 나올지도 모른다.
[사설] 인사청문회 개선책 마련 시급하다
입력 2014-06-26 0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