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의 한 고등학교 2학년생이 간접 체벌 ‘얼차려’를 받다가 허벅지 근육이 파열되고 신장과 간 등 내장이 손상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학교 수학교사는 숙제를 해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학생 8명에게 “앉았다 일어서기 800회를 하라”고 지시했고, 얼차려 중 속도가 느려지면 “처음부터 다시 하라”고 시켰다고 한다.
학교 현장에서 체벌이 아직도 횡행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올해 3월에는 전남 순천의 고교 3학년생이 지각했다는 이유로 담임교사로부터 벽에 머리를 찧는 체벌을 당한 뒤 뇌사상태에 빠졌다가 숨져 충격을 줬다. 지난해 충북 청주에서는 중학교 운동부 코치가 학생을 폭행해 숨지게 했고, 경남 함안의 한 고교에서는 교사에게 맞은 여고생이 실명(失明)했다. 이래서야 어떻게 학교와 교사들을 믿고 자식을 맡길 수 있겠는가.
아이들을 체벌로 훈육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전근대적 발상이다. ‘사랑의 매’는 인격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어른들의 핑계일 뿐이다. 아이들은 엄연한 인격체다. 힘이 세거나 지위가 높다고 해서 약자를 폭력으로 다스리는 것은 명백한 범죄 행위다. 교육부는 학교체벌 문제가 지속되자 2011년 3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학생을 지도할 때 학칙이 정하는 바에 따라 훈육·훈계의 방법으로 하되 도구 신체 등을 이용해 학생의 신체에 고통을 가하는 방법을 사용해선 안 된다”고 명시했다. 그런데도 체벌 관행이 남아있는 것은 죄라는 의식이 없기 때문이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2008년 “체벌은 잔인하고 비인도적·굴욕적인 처벌이고 심지어 고문에 해당할 수 있다”며 체벌금지 결의안을 채택했다. 법으로 학교 내 체벌을 금지하는 나라는 영국 독일 덴마크 등 선진국은 물론 중국 쿠바에 이르기까지 122개국에 달한다. 세계 10위권 국가라고 하는 우리도 학생들의 인권을 보장하지 않고 체벌로 훈계하는 야만적 문화를 버려야 한다. 아이들은 하나님이 부모나 교사에게 이 세상에 잠시 맡겨놓은 선물이지 그들의 소유물이 아니다.
[사설] 사랑의 매, 훈육 위한 체벌은 핑계일 뿐
입력 2014-06-26 0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