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요나라. 일본!”
아시아 맹주를 자처하며 브라질월드컵 4강을 장담하던 일본이 처참하게 무너졌다. 조별리그 성적 1무2패로 조별리그에서 쓸쓸히 퇴장했다.
일본은 월드컵이 시작되기 전 들떠 있었다. 스페인의 ‘티키타카’와 비슷한 패스 위주의 공격인 ‘스시타카’를 완성한 데다 가가와 신지, 혼다 게이스케 등 일본 축구 역사상 가장 강력한 황금세대가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실제 일본은 지난해 스시타카로 강호 네덜란드와 비겼을 뿐 아니라 벨기에마저 꺾는 등 기호지세를 내달렸다.
하지만 막상 월드컵 뚜껑이 열리자 기대는 허상에 불과했다. 가장 큰 원인은 스시타카를 맹신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브라질에서 스시타카는 패스만 할 뿐 골을 못 넣는 전술로 전락했다. 일본은 패스 위주의 경기로 점유율만 높였을 뿐 빈약한 득점력에 시달렸다. 25일(한국시간) 열린 콜롬비아와의 조별리그 C조 3차전에서도 일본은 볼 점유율 55%대 45%, 패스 성공률은 74%대 66%로 앞섰지만 막상 경기 결과는 1대 4 참패였다. 내실없는 축구를 했다는 증거다.
브라질월드컵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팀의 주된 전술은 두터운 수비를 바탕으로 한 빠른 역습이다. 패스 축구는 이 전술에 완전히 파괴됐다. 패스 축구의 원조 티키타카의 스페인이 ‘선수비 후역습’으로 무장한 네덜란드에 1대 5로 대패했다. 이 경기에서도 스페인은 볼 점유율에서 57%대 43%로 크게 앞섰지만 경기 결과는 정반대였다. 일본도 시류에 뒤처지는 스시타카를 고수하다 망신을 당했다. 혼다는 “매우 분하지만, 이것이 현실”이라며 “4강, 우승까지 이야기해 놓고 이런 비참한 결과를 얻었다. 우리는 어떤 말을 해도 의미가 없는 패자”라고 말했다.
일본이 무너진 또 다른 원인은 스트라이커 부재였다. 일본은 조별리그 3경기에서 단 2골에 그쳤다. 콜롬비아전에서도 무려 23개의 슈팅을 난사했지만 골망을 흔든 것은 단 한 개였다.
알베르토 자케로니 일본 대표팀 감독의 이해할 수 없는 선수 기용도 일본 축구 몰락에 일조했다는 평가다. 자케로니 감독은 가장 이름값이 높은 가가와를 계속 선발 출장시켰다. 하지만 가가와는 소속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많은 경기에 출장하지 못해 경기력에 의문이 붙은 상태였다. 결국 가가와는 1, 2차전에서 슈팅 ‘0’이라는 불명예를 얻었지만 자케로니 감독은 3차전에서도 가가와 카드를 밀어붙였다. 그 결과는 16강 탈락이었다. 한국 축구대표팀 홍명보 감독도 경기력이 떨어진 박주영을 1, 2차전 내리 중용했다는 점에서 자케로니 감독의 무리한 가가와 감싸기는 의미심장하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주저앉은 ‘스시타카’… 시류 뒤처진 전략 고수하다 망신
입력 2014-06-26 03: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