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장애로 분류돼 의사조차 낙태를 권유하는 샴쌍둥이를 낳은 부모 사연이 해외에서 잇따라 소개됐다. 부모는 얼마나 살지 모르는 아기를 포기하지 않고 품에 안았다. 하나님이 주신 최고의 선물이었기 때문이다.
미국 온라인매체 더블레이즈가 지난달 초 보도한 미국의 샴쌍둥이 형제 안데르스와 브로디는 태어난 날 하나님 품에 안겼다. 아버지 해럴드 샤트렌은 언론에 보낸 편지에서 “저와 아내는 기독교인이기 때문에 낙태 대신 아이를 낳기로 했다”며 “임부의 합병증이 우려됐지만 쉽지 않은 길을 선택한 아내가 자랑스럽다”고 했다. 그는 “우리 천사들에게 ‘반가워’라고 처음 인사한 날 ‘잘 가’라고 작별인사를 해야 했다”면서 “하지만 아기들과 보낸 몇 시간이 내겐 정말 소중했다”고 회상했다.
뱃속의 아기가 심장이 하나뿐인 샴쌍둥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는 하나님을 탓하기도 했다. 그러나 샤트렌은 이내 ‘주시는 것도, 거두시는 것도 그분의 뜻’이라는 섭리를 깨달았다.
샤트렌이 보내온 쌍둥이의 사진은 더블레이즈의 ‘최고의 순간들’로 선정됐다. 네티즌들은 털모자를 쓴 채 두 눈을 감고 강보에 싸인 아기들의 모습을 보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며 찬사를 보냈다.
샴쌍둥이 자매 믿음이(Faith)와 희망이(Hope)는 지난달 8일 호주 시드니에서 태어났다. 자매는 엄마 아빠 곁에서 20일을 살다가 하늘나라로 갔다.
두개골은 하나인 데 얼굴과 뇌가 두개인 희귀 샴쌍둥이는 태어나기 전부터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일란성 쌍둥이가 불완전하게 분리된 안면중복기형(diprosopus) 쌍둥이는 이전에 34건이 학계에 보고됐지만 생존한 적이 없었다. 의사는 낙태를 권했다. 그러나 믿음·희망이의 부모는 “단 하루를 살아도 괜찮다”며 쌍둥이를 지켰다.
탄생 자체가 기적이던 아이들이었다. 부모는 순간순간마다 이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여느 부모들처럼 아기들의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에도 감격했다. ‘딸 바보’였던 아버지 시몬 호위는 지난달 호주 월간지 ‘우먼스데이’와 가진 인터뷰에서 두 딸 자랑에 여념이 없었다. “믿음이가 더 많이 울어요. 희망이는 엄마를 좀 더 닮았는지 잠이 많고요. 믿음이가 소리 내 울며 희망이를 깨울 때도 있죠. 그럴 땐 희망이가 옆을 보면서 ‘깨워줘서 고마워’라고 말하는 거 같아요. 믿음이는 침으로 방울을 만들어 낼 수 있고 손가락을 잘 빨아요. 희망이는 ‘노리개 젖꼭지’를 좋아합니다.”
호주 언론들은 작은 천사들이 국민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 떠났다고 평가했다. 믿음·희망이 부모는 짧은 생을 살다간 자녀를 안타까워하기보다 “모든 순간이 우리에겐 큰 축복이었다”고 말했다.
성산생명윤리연구소 박상은 소장은 “잉태하는 순간 온전한 생명체가 생기는 것”이라며 “그 생명의 시작과 끝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는 오직 하나님께만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낙태를 거부하고 장애아를 낳아 기르는 부모가 현실적으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사회제도를 개선하는 데 힘을 모으자”고 말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작은 천사’ 샴쌍둥이들, 용기·희망 주고 떠났다
입력 2014-06-26 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