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리(푸른색을 의미하는 이탈리아어) 군단’ 이탈리아의 추락이 멈출 줄 모르고 있다. 2006 독일월드컵을 포함해 월드컵 통산 4회 우승, 본선 출전만 18회에 빛나는 역사도 흘러간 옛 노래가 됐다. 이탈리아는 2010 남아공월드컵에 이어 2014 브라질월드컵까지 2회 연속 조별리그 탈락의 수모를 겪으며 짐을 싸야 했다.
이탈리아는 25일(한국시간)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와 벼랑 끝 승부를 벌인 끝에 0대 1로 패배, D조 3위로 밀려나면서 16강 문턱에서 좌절했다. 비기기만 해도 16강에 오를 수 있었던 이탈리아는 후반 14분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가 퇴장 당한 열세 속에서도 특유의 빗장 수비를 앞세워 버텼으나 역부족이었다.
이탈리아 골문을 지켰던 최후의 보루, 세계 최고의 골키퍼 잔루이지 부폰(36)은 월드컵과 슬픈 작별을 하게 됐다. 4년 뒤면 불혹이 되는 부폰은 이번이 마지막 월드컵일 가능성이 크다. 한 시대를 풍미한 거인의 아쉬운 퇴장이었다. 동물적인 반사 신경과 위치 선정, 냉철한 판단력까지 골키퍼에게 필요한 재능을 두루 갖춘 그는 2006년엔 야신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부폰은 이날 녹슬지 않은 기량을 선보여 아쉬움을 더했다. 루이스 수아레스를 앞세운 우루과이의 날카로운 파상공세를 신기에 가까운 선방으로 막아냈다. 그러나 단 한 번, 혼전 중에 올라온 코너킥이 디에고 고딘의 머리에 맞고 골문 구석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막지 못했다. 반면 팀 동료들이 끝내 골을 넣지 못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부폰은 결국 무릎을 꿇고 말았다. 그래도 부폰은 양팀 통틀어 가장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고 평가받았다. 이탈리아는 졌지만 부폰은 맨 오브 더 매치(MOM)에 선정됐다.
이탈리아의 월드컵은 끝이 났지만 후폭풍이 거세다. 체사레 프란델리 이탈리아 축구대표팀 감독과 잔카를로 아베테 이탈리아 축구협회 회장이 우루과이전 직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아베테 회장은 “이번 대회 전부터 이탈리아가 16강에 진출하지 못하면 물러나겠다고 결심했다”며 “이제 우리에게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월드컵과 슬픈 작별하는 ‘거미손’ 부폰
입력 2014-06-26 03: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