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조석] 소통과 토크

입력 2014-06-26 02:27

요즘 1주일에 한 번씩 그리스와 로마 문화를 공부하고 있는데, 소크라테스와 소피스트들의 대화를 읽으며 짜릿한 희열마저 느낀다. 팽팽한 의견대립 속에서 긴장과 갈등 그리고 클라이맥스를 거쳐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이 마치 스포츠 경기를 보는 듯하다.

소크라테스는 아테네 광장에서 사람들과 토론하기를 무척 즐겼던 거리의 철학자였다. 참된 지식은 문자가 아니라 대화를 통해 전달된다고 생각했다. 소크라테스의 대화 내용을 기록한 사람이 플라톤이며, ‘서양 철학은 플라톤의 각주’라는 말처럼 서양 철학의 근원이 되었다.

최근 필자도 토크콘서트를 통해 젊은이들과 소통하고 있다. 일방적인 지식 전달이 아니라 에너지와 원자력 이슈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기 위함이다. 젊은이들이 서로 생각의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해결책을 합의해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이기도 하다.

원자력은 논쟁거리가 많은 만큼 대화와 소통이 더없이 중요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전 세계 원자력 발전소의 사용후 연료 관리 상태 기준을 제시하는 것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면에서 국가들 사이의 의견차이 때문이다.

우리나라 내에서도 원자력 이슈는 ‘뜨거운 감자’인데, 미국은 유카산 폐기물처분장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사용후 연료의 중간저장 방식(건식 또는 습식)에 대해서도 합의를 도출 중이다. 주지하다시피 프랑스와 영국은 공론화위원회와 같은 논의 채널을 공식화하고 폐기물 처분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모색하고 있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안전성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커진 가운데 원전의 경제성과 전력수급 안정성 사이에서 합의점을 찾고 있다. 원자력은 세대와 세대의 문제, 안전성 확보를 위한 국제공조 문제, 발전소 운영과 규제에서 견제와 균형의 문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논쟁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몇 번의 토크콘서트를 진행하면서 젊은이들에게 오히려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젊은이들은 가치중립적으로 타인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선입견 없이 알고 싶은 것들을 직설적으로 질문한다. “원자력 발전의 단가에 사후처리 비용까지 포함되나요?” “일본과 비교해 우리 원자력 발전소는 안전한가요?”

사후처리 비용까지 포함해도 원전의 경제성은 뛰어나며, 후쿠시마 후속 대책으로 더욱 안전해졌다는 설명에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인다. 이들과 밤을 새워서라도 대화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10여년 전이었던가. 안면도, 굴업도, 부안에서 주민의 반대에 부닥쳐 최장기 미해결 국책 과제였던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부지 선정 과정이 떠오른다. 벼랑 끝에 선 듯한 그때 돌파구를 찾은 것이 주민과 정부가 마주 보는 것이 아니고 한 방향을 보는 것으로 프레임을 바꾼 것이었다. 주민의 의견과 이익에 반대되는 정책을 정부가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이 아니고, 주민과 함께 해나간다는 점을 부각하는 것이다.

먼저 귀를 열고 주민의 의견을 겸허한 자세로 듣고, 사업 추진의 필요성과 지역사회를 위한 상생 대책을 말씀드렸다. 조금씩 대화와 소통을 하게 된 결과 주민투표를 통해 민주적으로 해결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오랜 시간 합의를 못 했던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음을 인정하는 평범한 깨달음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것이다.

소통은 일방적인 가르침이나 강요가 아닌 대화를 통해 이루어진다. 소통을 위해서는 상호 존중과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논의 뒤에는 적절한 양보와 타협을 통해 합의해야 한다. 더욱이 소통의 사안이 국가 운영에 반드시 필요할 때는 더욱 그렇다. 원자력에 대한 소통의 물꼬가 물 흐르듯 트이기를 진심으로 기원해본다.

조석 한국수력원자력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