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의 기적] ① 말라위 교육 지원 사업

입력 2014-06-26 03:16
지난 13일(현지시간) 말라위 상가 지역에서 만난 아키사 만다(오른쪽 두 번째)가 카쳉카초등학교 교실에서 영어 수업을 받고 있다. 월드비전 제공
월드비전 후원이 진행되면서 크게 달라진 상가의 치부무초등학교 모습. 과거 이 학교 학생들은 움막 같은 교실(위)을 사용했으나 지금은 번듯한 벽돌 건물에서 공부한다. 월드비전 제공
아프리카 남동부에 위치한 말라위는 세계 최빈국 중 하나다. 유엔개발계획(UNDP)에 따르면 하루 소득이 1.25달러가 안 되는 인구가 전체의 73.9%에 달한다. 말라위 국민의 평균수명은 54.2세에 불과하며 유아 사망률도 상당히 높다. 5세가 되기 전에 아동 1000명 중 110명꼴로 숨을 거둔다.

말라위 상가(Sanga) 지역에 사는 아키사 만다(12·여) 역시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딸이 돌을 갓 지났을 때 정체 모를 병으로 숨졌다. 어머니 디니위디 사카(38)씨가 이웃 일을 거들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데 문제는 사카씨의 월수입이 3∼4달러밖에 안 된다는 점이다. 그는 이 돈으로 자녀 7명을 키우고 시어머니를 모신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만난 사카씨는 "계속 굶다가 결국엔 이웃을 찾아가 음식을 구걸하는 일이 허다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막막한 하루하루를 살아왔지만 만다에겐 간절한 꿈이 있다. 그의 장래희망은 교사가 되는 것이다. 만다는 “빨리 교사로 출근해 가족들 생계를 책임지고 싶다”며 미소를 지었다.

말라위에서도 교단에 서려면 대학에 진학해 교직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대학 등록금은 정부가 지원하지만 대학이 있는 타지로 가서 생활하려면 많은 돈이 필요하다. 하지만 만다는 걱정하지 않았다. 그는 “선생님이 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는 건 안다”면서 “하지만 나의 곁엔 항상 주님이 있다. 주님이 내가 가는 길을 지켜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만다 외에도 상가 지역에서 만난 아이들 중 상당수는 지독한 가난에 시달리고 있었다. 대다수 아이들은 찢어진 옷에 맨발 차림이었다. 책가방이 없어 비닐봉지에 교과서를 넣고 다니는 학생도 많았다. 아이들은 체육시간이면 쓰레기를 끈으로 둥글게 묶어 축구를 했다.

이런 말라위 아이들이 배움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데는 세계 각지에서 온 NGO의 힘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상가만 하더라도 월드비전이 2006년부터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벌인 각종 사업이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만다가 다니는 카쳉카초등학교 역시 월드비전이 후원하는 학교다.

월드비전은 상가 전체 학교(초등학교 15곳, 중·고등학교 2곳)에 건물을 세우거나 책걸상 학용품 등을 지원했다. 교사들이 묵을 숙소, 아이들이 사용할 화장실 등도 지었다. 일부 학교엔 태양광 전지판까지 설치했다. 전기가 거의 안 들어오는 상가에 ‘빛’까지 제공한 셈이다.

웨링즈 만다(54) 카쳉카초 교장은 “태양광 전지판 덕분에 늦은 시간까지 아이들이 교실에 남아 공부할 수 있게 됐다”며 “학생들의 상급학교 진학률도 높아졌다”고 전했다.

월드비전의 후원이 진행되면서 이 지역 아이들의 초등학교 입학률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과거 상가의 학부모 중 상당수는 학용품이나 정기적으로 치러지는 교내 시험 응시료(회당 약 800원) 등에 부담을 느껴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여자 아동은 조혼(早婚) 문화 때문에 입학률이 낮았다.

하지만 현재 상가 지역 아이들의 초등학교 입학률은 95%를 웃돈다. 월드비전이 학교 시설을 개선하고 교육의 필요성을 주민들에게 독려한 게 효과를 거뒀다. 월드비전은 학업에 충실한 학생에게는 소정의 장학금도 주고 있다. 엘톤 야멜라(41) 상가개발위원장은 “월드비전의 후원이 시작되면서 상가 지역 학생 수가 이전보다 1만명 넘게 증가했다. 아이들이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상가의 또 다른 치부무초등학교를 방문했을 땐 월드비전이 학교 건물을 지어주기 전 학생들이 사용한 교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형편없는 수준의 움막이었다. 흙바닥에 나무 기둥을 세우고 짚으로 지붕을 얹은 모양새였다. 크기는 33㎡(약 10평)밖에 안 됐다.

월드비전 상가 사업장에서 교육 부문을 총괄하는 루시 바지(42·여) 팀장은 “과거 이런 곳에서 공부하던 아이들은 비가 오면 수업을 받을 수 없어 귀가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교육환경이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교사 숙소나 교육 기자재 등은 부족하다”며 “한국의 많은 후원자들이 말라위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상가(말라위)=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