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을 묶어 사들이는 ‘동부패키지 인수’를 포기했다. 금융 당국과 채권단으로부터 최후통첩을 받은 동부그룹 구조조정 계획엔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동부패키지를 쪼개 매각하는 쪽으로 선회했지만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24일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동부패키지 인수 검토 작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며 “인수로 감당해야 할 재무적 부담에 비해 사업성이나 그룹 전체에 미치는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산은으로부터 동부패키지 공동인수 제안을 받은 포스코는 지난달 말 현장실사를 마치고 최근까지 인수 여부를 검토해 왔다.
포스코는 동부패키지 중에서도 동부제철 인천공장을 인수하는 데 부담을 느꼈다. 권 회장은 동부제철 인천공장의 대표 제품인 컬러강판 등이 포스코 자회사 포스코강판의 제품과 겹치는 데다 원가 절감 효과나 향후 수익성도 크지 않은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잉 공급으로 철강 경기가 풀릴 기미가 전혀 안 보이는 상황에서 수익을 창출하려면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어내야 한다”며 “그런 측면에서 동부제철은 상당히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유일한 인수 협상 대상자였던 포스코가 검토를 포기하면서 동부패키지 인수 방안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산은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동부제철과 채권단이 채권단 공동관리체제인 자율협약에 들어가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은 개별 매각하는 방식으로 전환키로 했다.
류희경 산은 수석부행장은 “포스코 쪽의 인수가 안 되고 있는 상황이라 채권단 공동관리에 의한 정상화 추진을 제안했다”며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자율협약은 재무구조 개선 약정보다 높은 단계의 구조조정 방식이다. 해당 기업은 일정기간 채무 상환이 미뤄지거나 긴급 자금을 지원받아 단기적 유동성 위기를 모면할 수 있다.
하지만 동부발전당진이 개별 매물로 나오더라도 포스코가 인수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포스코에너지가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사업권을 가진 동양파워를 4311억원에 인수하겠다는 의향을 밝히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동양파워 인수 후 발전소 건설에 4조원 정도 들어갈 전망이지만 경쟁력 확보와 시너지 효과를 따지면 그만한 투자 가치가 있다는 판단이다.
권 회장은 “전 세계에 여러 에너지 자원이 있지만 석탄만큼 풍부한 에너지 자원은 없지 않느냐”며 “동양파워 인수는 석탄 발전 사업을 확실하게 챙기겠다는 의지”라고 강조했다. 동부발전당진 개별 인수에 대해서는 “포스코가 동양파워도 (인수)하고 동부발전당진까지 할 여력이 되느냐는 원점에서 검토해봐야 할 것”이라며 원론적 답변을 내놨다.
또 하나의 관심사인 대우인터내셔널 매각 계획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그는 “대우인터내셔널이 덩치가 커서 국내 기업 중에 인수할 곳이 없고 쪼개 팔면 기업가치가 떨어질 것 같다”며 “그렇다면 굳이 팔 이유가 없고 현재로선 구조조정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또 비상장 계열사의 기업공개 1순위로는 포스코에너지를 꼽은 그는 “최대한 빨리 증시에 상장할 생각이며 연내 할 수 있으면 좋다”고 말했다.
강창욱 박은애 기자 kcw@kmib.co.kr
포스코, 동부 패키지 인수 포기… 산은 “분리 매각”
입력 2014-06-25 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