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제철 자율협약 삐걱… 동부그룹 ‘시계 제로’

입력 2014-06-25 03:04
포스코가 24일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 패키지 인수를 거부함에 따라 재계 순위 18위인 동부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증폭되고 있다. 특히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간에 오너가의 사재출연을 놓고 갈등마저 보이면서 동부제철의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은 동부그룹이 지난 연말 발표한 3조원 규모의 구조조정 계획에서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핵심 자산이다. 동부그룹 측은 두 자산의 패키지 매각으로 1조5000억원 안팎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포스코 측은 7000억원 미만의 가격으로 인수를 저울질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발전당진의 개별매각이 진행되더라도 주인을 찾기가 쉽지 않아 동부제철의 유동성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그동안 동부그룹에서 이행된 자구안은 동부익스프레스 지분 매각(3100억원)과 동부특수강(1100억원), 당진항만(1500억원) 지분 매각뿐이다. 동부특수강과 당진항만 지분은 일단 산업은행 사모투자펀드(PEF)에 인수돼 제3자 매각을 검토 중인 매물이다.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동부하이텍 매각은 인수의향서 검토 절차 등을 밝고 있지만 아직 가닥을 잡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동부와 채권단은 김 회장의 사재출연 용처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어 신속한 구조조정 이행에 난항을 겪고 있다. 동부 측은 김 회장이 동부화재 지분 매각 등으로 마련한 사재 1000억원 중 800억원을 특수목적법인(SPC) 동부인베스트먼트에 지원하겠다며 산은 측에 재무구조개선 약정상의 사재출연 용처 변경을 요청했다. 하지만 산은 측은 동부인베스트먼트는 김 회장 개인 지분이 100%인 회사라며 이를 거부했다. 여기에다 김 회장 장남인 김남호 동부제철 부장의 동부화재 지분(13.2%)을 담보로 내놓으라는 채권단 요구에 동부화재 지분은 동부제철 유동성과는 관련이 없어 내놓을 수 없다는 오너 측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 김 회장이 동부화재 등 금융계열사의 경영권은 지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채권단은 이를 강력히 비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과 동부그룹 간 갈등으로 향후 재무구조 개선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김 부장의 지분을 놓고 채권단과 동부그룹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김 회장이 동부제철 등 비금융 계열사의 경영권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날 동부그룹 구조조정 장기화와 증폭된 유동성 위기 등을 반영해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내렸다. 동부메탈과 동부CNI 신용등급은 각각 'BBB'에서 'BBB-'로 한 단계씩 하락했다. 또 동부메탈과 동부CNI, 동부건설 등 3개 계열사는 신용등급 '하향검토' 대상에 등록됐다. 이날 증시에서는 동부제철과 동부하이텍, 동부CNI, 동부건설 등 동부그룹 계열사들이 가격제한폭까지 급락했다. 동부 계열사의 채권금리도 줄줄이 급등했다.

금융 당국은 동부제철의 자율협약이 시장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자율협약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개인투자자 1만여명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재중 박은애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