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의 아웃사이더… 정현민 작가에게 듣는 여말선초 변혁기 인물평

입력 2014-06-25 02:22
왼쪽부터 정도전 이성계 이인임 정몽주 이방원

정도전

고려의 아웃사이더이자 감수성이 충만한 사람이다. 대정치가이고 민생에 미쳤던 사람이기도 하다. 정도전은 당대의 문제점을 정확히 진단, 대안을 세우고 실현하려고 노력했던 헌신적인 정치가다. 특히 창의적인 콘텐츠를 생산하는 능력을 가졌다는 점에서 그의 공이 빛날 수 있었다고 본다. 백성이라는 가치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점에서 우리 민족사 중 손가락에 꼽을 만한 정치가라고 생각한다.

이성계

고려인의 피가 흐르지만 원나라 국적이었고 여진족과 같이 살면서 스무살 때 아버지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고려 국적을 취득하게 되는 경계인이다. 이인임이 “이 사람에게 고려는 숙명이 아니라 선택”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는 인간미가 넘치는 덕장이었다. 또 거의 패한 적이 없던 무장이기도 하다. 이런 사람들 주변에는 인재가 모일 수밖에 없었을 거다.

이인임

현대 정치인을 가장 많이 닮은 사람이자 정도전이 넘어야 했던 사람이었다. 그는 정치판에서 이상을 가진 모든 사람들이 극복해야만 하는 현실의 벽과 같은 존재였다. 이인임은 역사의 흐름에서 발전하는 방향 쪽에 서 있지 못했지만 현실에선 가장 강력한 고수였다. 극 중 이인임을 통해 이상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게 되는 벽도 때로는 넘어진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정몽주

고려의 엄친아. 고려의 우수한 유전자를 다 물려받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는 고려를 지킬 수밖에 없었던 사람이었다. 고려가 가진 긍정적인 부분을 모두 가진, 고려의 우월함을 상징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결국 고려를 배신할 수 없었다. 자기 자신이 바로 고려였기 때문이다. 정도전이 최초의 조선인이라면 그는 마지막 고려인이라 불릴 법하다.

이방원

정치와 현실을 가장 철저하게 깨우친 현실주의자다. “실타래를 굳이 왜 푸느냐. 잘라내면 되지”라고 말할 만큼 현실적인 사람이었다. 권력 의지가 강했지만 정도전이 추구했던 이상에 맞지 않아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이방원이 마지막 승리자가 됐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어찌 보면 최종승자는 정도전일지도 모른다. 정도전의 정신이 조선 왕조 500년을 이어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