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P 총기 사고] 사살과 생포 사이… 임 병장 체포작전

입력 2014-06-25 03:21
김진엽 강릉아산병원 진료부원장이 24일 병원 세미나실에서 취재진에게 총기난사 후 체포 과정에 자살을 시도한 임모 병장의 수술 경과를 설명하고 있다. 임 병장은 대화도 가능한 상태다 연합뉴스

강원도 고성군 22사단 최전방 일반소초(GOP)에서 총기를 난사한 임모(22) 병장에 대한 체포 작전은 ‘사살’과 ‘생포’ 사이를 넘나들었다. 군은 30m 간격으로 겹겹이 포위망을 구축한 뒤 임 병장을 압박했다. 방아쇠만 당기면 사살이 가능한 거리였다. 그러나 임 병장이 가진 실탄이 몇 발인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다. 군은 추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사살작전 대신 임 병장의 투항을 적극 유도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24일 국방부와 육군 등에 따르면 군은 지난 22일 오후 2시쯤 고성군 제진검문소 인근에서 임 병장을 발견한 뒤 포위 작전에 들어갔다. 당시만 해도 보병 위주의 병력이었다. 그러나 임 병장과 체포조가 교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소대장인 김모(24) 중위가 팔에 관통상을 입으며 상황은 급반전됐다. 특수전 능력을 갖춘 703특공연대를 비롯한 특수부대가 투입됐고, 추가 인명피해를 우려한 군은 차단선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체포 작전에는 703특공연대와 704특공연대뿐 아니라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서울에서도 특수부대 병력이 파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임 병장은 밤새 이동을 계속해 23일 오전 2시20분에는 마차진리 내 금강산콘도 인근에, 오전 8시20분쯤에는 사건이 발생한 GOP에서 동쪽으로 7㎞ 떨어진 무송정 근처까지 도주했다. 군은 30m 간격으로 포위망을 유지한 채 임 병장을 압박했다. 군 병력이 ‘울타리’를 치자 임 병장은 도주 시도를 포기했다고 한다. 이때부터 심리전이 효과를 발휘했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703특공연대장 등은 임 병장에게 접근해 빵과 생수 등을 제공했고, 휴대전화를 던져줘 아버지와의 전화 통화도 이뤄졌다. 임 병장은 아버지와의 통화에서 통곡에 가까운 울음을 터트렸다고 한다. 군은 투항을 기대했지만 임 병장은 간단한 유서 작성 후 갖고 있던 K-2 소총으로 왼쪽 가슴 부위를 쏘며 자살을 시도했다. 하지만 임 병장은 불안정한 자세로 총을 쐈고, 격발 시 충격으로 총구가 하늘로 들리면서 총알이 심장을 피해 어깨 부근을 관통했다.

군 당국은 생포 직전까지 임 병장이 보유한 실탄이 몇 발인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체포 작전에 투입된 복수의 군 관계자들은 “임 병장이 실탄을 몇 발 소지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적게는 60발에서 최대 290발을 가지고 있다는 추측도 나왔다”며 “추가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판단 아래 작전을 폈다”고 말했다. 군 당국의 탄약 점검 체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군 관계자는 “현장에서 (실탄) 실셈을 하지 않았다”며 “현장을 보전해야 하기 때문에 보고가 마무리될 때까지 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방부는 임 병장이 검거된 이후 29발의 실탄을 회수했다고 밝혔다.

임 병장은 긴급 수술을 받았다. 김진엽 강릉아산병원 부원장은 “임 병장은 총알이 쇄골 아랫부분으로 들어가 어깨 뒤쪽으로 관통했다”며 “견갑골(어깨뼈)과 갈비뼈에 약간의 손상이 있었고 총알이 스친 충격으로 왼쪽 폐 일부가 조각나 절제술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약 2시간40분간 수술 후 현재 상태가 양호하고 의식이 명료하다. 대화도 가능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강릉=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