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총리후보 사퇴] 침통한 청와대… 비판 커지는 인사검증시스템

입력 2014-06-25 02:34
정홍원 국무총리가 2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 국무회의는 문창극 총리 후보자가 정부서울청사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가진 시간과 같은 오전 10시에 시작됐다. 연합뉴스

정국 반전을 위한 '깜짝 카드'였던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까지 허망하게 사퇴한 24일 청와대는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안대희 전 후보자에 이어 문 후보자까지 부정적 여론 속에 낙마하면서 위기감도 한층 커졌다. 여권에선 박근혜 대통령이 지명한 인사가 연쇄적으로 '인사검증의 덫'에 걸린 만큼 그 책임은 김기춘 비서실장이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박 대통령 “청문회서 소명 기회 줘야”=박 대통령은 문 후보자의 전격 사퇴 이후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인사청문회는 열려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하는 이유는 그것을 통해 검증해 국민의 판단을 받기 위해서인데 인사청문회까지 가지 못해 참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는 부디 청문회에서 잘못 알려진 사안들에 대해서는 소명의 기회를 줘 개인과 가족이 불명예와 고통 속에서 평생을 살아가지 않도록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고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박 대통령은 문 후보자의 기자회견 전에 사퇴 의사를 전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내부적으론 문 후보자 사퇴 이후 앞으로의 정국 방향을 우려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상황이 종료된 게 아니고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 취임 1년4개월 만에 김용준 전 후보자까지 포함해 3명이 인사청문회도 거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상황이다.

청와대는 그동안 인사 발표가 있을 때마다 ‘수첩 인사’라는 부정적 평가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따라서 이번엔 한 번도 거론되지 않았던 언론인 출신 카드까지 꺼내들었는데 이마저 불발되면서 위기의식이 더욱 높아진 것이다. 이는 향후 총리 인선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청와대는 다시 제한된 인재 풀에서 차기 총리감을 물색해야 한다. 그러나 이미 후보자 2명이 낙마한 터라 선뜻 나서려는 인사가 있을지 의문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청와대 안팎에선 국회에 인사청문요청서가 접수된 장관 후보자 7명과 이병기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에 대한 야당의 집중 공세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우리 검증 기준은 세계적으로도 가장 까다로운 수준인데, 이 기준을 맞추면서 능력과 개혁 의지를 갖춘 인사를 찾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더욱 커지는 인사검증 비판론=그러나 검증 잣대가 까다롭다고 해서 청와대 인사검증팀이 비판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을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청와대의 인사검증이 국민 정서, 국민 눈높이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비판은 이미 수차례 제기돼온 상태다. 특히 청와대 인사위원장을 겸하는 김기춘 비서실장은 안 전 후보자 낙마 당시 책임론을 비켜갔지만 이번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은 검증 대상자 본인이 먼저 자기 검증을 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민정수석실이 고위 공직자 후보들에게 200여개 항목에 달하는 ‘사전 질문서’를 보내면 여기에 답하는 형식이다. 여기서 재산형성 과정과 병역, 납세, 논문, 위장전입 등 인사청문회에서 불거지는 단골 소재가 대부분 걸러진다.

그러나 안 전 후보자 사례에서 보듯 매우 기본적인 재산 내역이 정밀하게 검토되지 않는 사례가 많다. 여기에 국민 정서와 괴리된 기준을 고수하다 보니 인사 참사가 되풀이되는 것이다.

특히 고위 공직자 인선에 대한 보안은 철통같이 지키면서 검증에는 계속 실패하는 근본적 이유를 찾고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인사검증은 청와대 비서실장과 몇몇 수석비서관만 제한적으로 참여한다. 한정된 인원으론 애초부터 폭넓고 심도 있는 검증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검찰 출신으로 구성된 민정라인과 함께 청와대 인사들로만 이뤄진 인사위원회 구성에 변화를 주거나 인사검증 인력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는다.

물론 반론도 있다. 문 후보자의 경우 기존 후보자와 달리 역사인식 문제가 여론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됐다. 후보자의 사고(思考)까지 검증 대상에 포함돼야 하는지는 이견이 있을 수 있는 부분이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