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위기를 넘어 희망으로-1부 (3) 분열 극복과 통합의 길] ① 연합기구 통합하려면

입력 2014-06-25 03:22

국민일보는 지난 19일부터 24일까지 주요 교단과 단체의 사무총장과 총무, 대표 등 교계 인사 30명을 대상으로 한국교회가 분열을 극복하고 하나 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교회연합(한교연) 등과 관련 있는 15개 주요 교단, 다양한 영역에서 사역하는 15개 단체의 인사들을 조사대상으로 했다. 이들 중 29명이 답변을 보내왔으며, 대부분은 한국교회의 진정한 연합을 위한 고언도 함께 전해왔다.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 가운데 69%인 20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필요없다’고 답변한 이가 7명, ‘모르겠다’며 답변을 유보한 이는 2명이었다.

‘필요하다’고 대답한 이들 가운데 40%(8명)는 ‘한국교회의 공교회성 구현’을 이유로 꼽았다. ‘사회적으로 단일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밝힌 이가 6명, ‘타 종교에 비해 실추된 개신교의 위상을 회복해야 한다’고 답한 이가 4명이었다. 2명은 ‘한기총의 역사성을 계승해야 한다’를 이유로 들었다. 한국장로회총연합회 최내화 총무는 “정통성을 갖는 연합기관이 한국교회를 리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필요없다’고 답한 7명은 모두 ‘진정한 회개와 갱신 없이 통합하면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조제호 사무처장은 “교단에서 개교회도 치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연합기관이 왜 필요한지 의문”이라며 “자리다툼하는 연합기관을 만들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대한기독교나사렛성결회 최기섭 총무는 “한기총은 이미 잘못된 길로 갔기 때문에 한교연이 만들어졌다”면서 “다시 합칠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국교회 연합사업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이냐(복수응답)’는 질문에는 가장 많은 30.5%(18명)가 ‘한기총의 이단해제 및 영입’을 꼽았다. 공교단에서 이단 또는 이단성이 있다고 결의한 단체와 인물에 대해 한기총이 일방적으로 이단에서 해제하거나 문제없다고 결정함으로써 연합기관의 파행을 가져왔다는 인식이 가장 많은 셈이다. 세계성시화운동본부 김철영 사무총장은 “한국교회의 연합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은 무분별한 이단해제”라면서 “연합기관은 공교단의 이단 결의를 존중하고 자체적인 이단해제를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27.1%(16명)가 ‘한기총 지도부의 연임 위한 정관 개정 등 전횡’을 걸림돌로 꼽았다. 한기총은 지난해 12월 총회에서 대표회장의 임기를 ‘2년 단임’에서 ‘2년 연임’으로 개정해 교계 안팎에서 큰 논란을 불러왔다. 한국기독교학회 박영환 총무는 “교권주의와 패거리문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전횡을 일삼는 이들, 도무지 물러서지 못하는 일부 교계 지도자들을 보면서 절망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으로는 13명이 ‘주요 교단들의 이기주의와 통합의지의 부족’을 걸림돌로 꼽았다. 연합기관의 분열에 대한 책임이 교계에서 지도력을 발휘해야 할 주요 교단들에도 있다는 의미다.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서대문) 총무 이삼용 목사는 “한국교회 지도자들과 대형교단들이 정치적 기득권을 포기하고, 한국교회 전체를 생각하는 배려와 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밖에 ‘교권주의와 금권선거의 폐해’가 걸림돌이라고 답변한 이가 9명, ‘한교연의 분리와 지도력의 부족’을 지적한 이도 3명 있었다.

연합기관의 정상화를 위한 급선무에 대해서는 ‘지도부의 전횡·독단 방지, 민주적 의사결정, 회원교단과 소통 강화’를 꼽은 이가 32.2%(19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27.1%(16명)가 ‘이단에 대한 공동 대처, 무분별한 이단 해제 및 영입 금지’를 꼽았다.

이밖에 ‘금권·부정선거와 인사·재정비리 척결, 투명한 재정운영’(9명), ‘함량 미달 교단 및 무인가 신학교 정비’(6명), ‘주요 교단 중심으로 조직 건전성 강화’(5명)가 뒤를 이었다. 소수의견으로는 ‘총무단 모임 등 사조직 해체’라고 답한 이가 3명, ‘허술한 정관·규칙·제도 등 정비’를 꼽은 이가 1명 있었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 김진호 총무는 “기득권을 포기하고 말씀 안에서 하나 되며, 무엇보다 교권과 금권이 힘을 쓰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설문에 응하신 분들

◇교단/그리스도의교회협의회 엄만동 총무, 기독교대한성결교회 김진호 총무, 기독교한국루터회 김철환 총회장, 기독교한국침례회 서용오 행정국장,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서대문) 이삼용 총무, 기하성여의도순복음 엄진용 총무, 대한기독교나사렛성결회 최기섭 총무,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구자우 사무총장, 예장대신 홍호수 총무, 예수교대한성결교회 조일구 총무, 예장개혁총연 표스데반 총무, 예장통합 이홍정 사무총장, 예장합동 황규철 총무, 예장합신 박혁 총무(이상 14개 교단)

◇단체/국가조찬기도회 정균양 사무총장,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조제호 사무처장, 미래목회포럼 이효상 사무총장, 세계성시화운동본부 김철영 사무총장, 전국기독교수연합 이병원 회장, 한국장로교총연합회 김명일 사무총장, 한국장로회총연합회 최내화 총무, 한국복음주의협의회 김명혁 대표회장, 한국교회언론회 심만섭 사무국장, 한국기독교직장선교연합회 주대준 대표회장, 한국기독교학회 박영환 총무, 한국세계선교협의회 한정국 사무총장, 한국교회희망봉사단 최희범 총무, 한국신학대학총장협의회 유석성 회장,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이상화 사무총장(이상 15개 단체)

◇ 특별취재팀=고세욱 송세영 유영대 전병선 박재찬 신상목 백상현 박지훈 이사야 진삼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