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P 총기 사고] 임 병장, 인터넷서도 외톨이였다

입력 2014-06-25 02:09

지난 21일 동부전선 육군 최전방 일반소초(GOP)에서 동료들을 향해 총기를 난사한 임모(22) 병장은 인터넷에서도 외톨이였다. 부대원들은 페이스북 등 SNS에서 서로 친구를 맺고 친하게 지냈지만 이들 친구 목록에 임 병장의 이름은 없었다.

24일 희생 장병들의 페이스북 계정을 보면 이들은 SNS상에서 돈독한 전우애를 과시하고 있었다. 희생 장병 대부분이 페이스북 ‘친구’로 연결돼 있어 짧은 글 하나에도 서로 댓글을 달며 친분을 쌓았다. A일병은 같은 부대 B하사의 생일날 그의 페이스북에 “생일 축하합니다. 해피벌스데이투유∼!!”라는 글을 남겼다. B하사는 A일병에게 “생일기념 때리러 오면 맞아주겠다”는 농담을 남겼다. A일병은 자신의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에 대한 선임병들의 야유가 쏟아지자 “맞후임의 조그만 애교입니다”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나는 잘생겼다’는 B일병의 글에는 10명의 부대원이 댓글을 남겼다. 휴가를 나가거나 전역한 선임병을 향해 ‘보고 싶다’는 글을 남긴 후임 병사들도 많았다. 계정만 있고 SNS 활동을 하지 않은 부대원들도 서로 친구로 등록돼 있었다.

반면 지난해 1월 부대에 전입온 임 병장의 페이스북 계정은 발견되지 않았다. 대대·중대·소대가 함께 훈련받는 일반 부대와 달리 소대(소초)로 운영되는 GOP 특성상 인간관계가 폐쇄적일 수밖에 없다. 부대원들은 온·오프라인에서 활발히 소통해왔지만 관심병사인 임 병장은 인터넷 공간에서도 이들과 가깝게 지내지 못했다.

온라인상에서의 ‘고립’은 군대 내 부적응을 심화시킬 수 있다. 평택대 심리대학원 차명호 교수는 “오프라인에서 따돌림 당하면 그게 온라인에서도 반복되는데 온·오프라인 따돌림 과정이 반복되면서 부적응 병사들은 어디에서도 자기가 속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에 충격이 더 크다”며 “아무 기록이 없는 사이버 공간을 바라보면서 외로움이나 허전함을 더 강하게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북대 설동훈 사회학과 교수는 “군대는 자신이 속한 공동체와 단절되는 특수한 공간”이라며 “페이스북 등에서조차 고립된다고 느끼면 온·오프라인에서 자신이 기댈 사람이 없다고 느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05년 6월 경기도 연천 소재 최전방 관측초소(GP)에서 발생한 총기사고 이후 국회는 ‘GP총기사고진상조사소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회는 진상조사 결과 보고서에서 “신세대 장병들에게 적합한 병영문화 조성을 위해 병사들의 ‘인터넷 단절’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9년 전 이미 병사들 간 인터넷 단절에 대한 경고가 제기됐지만 제대로 된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던 셈이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