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선의 서청원(71) 의원과 5선의 김무성(63) 의원은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이끌었던 '상도동계' 출신이다. 둘 다 호탕한 성격에 의리가 강한 '상남자' 스타일로, 서로 호형호제할 만큼 사이가 좋았다고 한다. 그랬던 두 사람의 관계가 7·14 새누리당 전당대회 때문에 달라지고 있다. 나란히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하면서 차기 당권 경쟁자가 됐기 때문이다.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은 미묘하게 다르다. 정치 경륜이나 나이로 보면 서 의원이 김 의원보다 선배다. 서 의원 측 관계자는 24일 "YS 밑에서 함께 정치를 할 때도 서 의원은 금배지를 달고 있었지만 김 의원은 비서 그룹에 속했다"면서 "두 사람 사이에는 정치적 상하관계가 분명했다"고 말했다. 후배가 정치적으로 크긴 했으나 선배 눈에는 여전히 후배 중 한 명일 뿐이라는 뉘앙스다.
반면 김 의원 측 관계자는 "김 의원이 1996년 이후 계속 국회의원을 지냈지만 서 의원은 정치적 부침이 심했다"면서 "김 의원에게 서 의원은 정치적 동지였다"고 표현했다. 상하관계로 규정짓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 관계자는 또 "서 의원은 민한당에서 정치를 시작했으나 김 의원은 1983년 민주화운동추진협의회(민추협) 결성을 준비할 때부터 YS를 도왔다는 얘기도 덧붙인다. 민주화에 기여한 정통 상도동계는 김 의원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다.
서 의원이 지난해 10월 화성갑 보궐선거에서 출마를 결정하며 두 사람 사이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두 의원은 보궐선거 전에 단둘이 만났다. 하지만 얘기는 엇갈린다. 김 의원 측은 "서 의원이 '내가 10년 전에도 당 대표를 했는데, 또 하겠느냐. 국회에 다시 들어가도 전당대회 출마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 의원의 기억은 다르다. 서 의원 측은 "당시 회동했던 시점은 전당대회가 열리기 훨씬 전이라 전당대회에 대해 깊은 얘기가 오가기 힘든 상황이었다"며 "두 사람이 독대한 얘기가 어떻게 흘러 다닐 수 있는지 이상하다"고 했다. 서 의원과 가까운 새누리당 의원은 "서 의원은 전대 출마 생각이 없었지만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에서 출마를 강력하게 요구해 이를 수용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긴장감이 흐르던 전선에 첫 포성이 울려 퍼진 때는 지난 13일이었다. 김 의원 측이 내건 대형 현수막이 발단이 됐다. 서 의원과 김 의원은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 7층과 2층에 각각 선거캠프를 꾸렸다. 이 빌딩은 김대중 전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차려 승리한 곳이라 정치인들이 선호한다.
서 의원과 함께 입주한 빌딩 외벽에 김 의원은 '과거냐! 미래냐! 두 번의 기회는 없습니다'라는 홍보 현수막을 내걸었다. 서 의원 측이 발끈했다. 서 의원을 '과거의 정치인'으로 빗댄 네거티브 슬로건이라는 주장이었다. 서 의원 측 관계자는 "우리 사무실을 오가는 지인들이 '김무성이 저럴 수 있느냐'고 더 격분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 측은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이다. 밀실 공천, 돈봉투 선거 등 구태정치를 과거로 지칭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괜히 찔리는 구석이 있으니 흥분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서 의원 측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서 의원이 전대 출마를 공식선언한 지난 19일 대형 현수막을 내걸며 맞불을 놓았다. '화합과 혁신 제대로 바꾸겠습니다! 의리의 서청원'이라는 글귀가 쓰여 있었다. '의리'라는 표현은 김 의원을 정면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 의원이 친박(친박근혜)을 배신한 것 아니냐는 의미를 내포한 표현이라는 것이다.
이후에도 두 사람 선거캠프에서는 험한 말들이 오갔다. 두 사람의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은 복잡하다. 한 초선 의원은 "두 사람 다 카리스마가 강한 성격이라 한번 파인 감정의 골이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이라며 "사사건건 충돌하면 당에 큰 부담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친박 재선 의원은 "지금은 치열하게 싸우고 있지만 언젠가 서로가 필요할 때 또다시 손을 맞잡을 수 있는, 정치력을 갖춘 인물들"이라며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정치 인사이드] 서청원-김무성, 호형호제하다 감정골 깊어진 사연은
입력 2014-06-25 0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