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드족 독립 추진… 이라크 3등분 되나

입력 2014-06-25 04:48 수정 2014-06-25 10:51
이라크 내 쿠르드자치정부(KRG)의 마수드 바르자니 대통령이 이라크로부터 공식적인 독립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이라크 시아파 집권세력과 수니파 무장세력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 간 내전에 이어 이라크가 3개의 나라로 쪼개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24일(현지시간) 쿠르드자치정부 수도인 아르빌을 깜짝 방문해 통합을 촉구했다.

아르빌을 예고 없이 방문한 케리 장관은 마수드 바르자니 대통령을 만나 이라크 사태의 해결 방안과 새 정부 구성 방안 등을 논의했다. 주요 외신들은 케리 장관이 특히 "지금은 이라크 전체로서 매우 중요한 시기"라며 중앙정부의 모든 종파와 종족을 아우르는 통합정부 구성에 대한 지원을 당부했다고 전했다.

바르자니 대통령은 전날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쿠르드인들이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시간이 왔다"며 "이라크 중앙정부로부터의 공식적으로 독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24일 회동할 케리 미 국무장관에게도 '쿠르디스탄'(자치정부를 스스로 부르는 말)의 독립 필요성을 요구하겠다"고 언급했었다.

바르자니 대통령은 이라크 자체가 붕괴되고 있기 때문에 독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우리는 (내전 발생 전인) 2주 전에 살던 이라크와는 완전히 다른 이라크에 살고 있다"며 "중앙정부가 군대와 경찰 등 모든 것에 대한 통제권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바르자니는 미국이 추진하는 이라크 내 종파 간 화해에 대해서도 "지금은 상황이 매우 복잡하다"고 부정적 의견을 분명히 했다. 쿠르디스탄을 별도 국가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이라크 내전 사태가 조기에 봉합되지 않을 경우 중앙정부와 상관없이 주민투표를 강행해 일방적으로 독립을 선언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쿠르드자치정부는 최근 이라크 정부군과 반군이 교전하는 틈을 타 자체 정예군 조직인 페쉬메르가를 통해 중앙정부와 관할권을 다투던 유전지대인 키르쿠크 지역을 장악했다. 또 서북쪽 시리아 접경 마을인 라비아, 동남쪽 이란 접경 마을인 잘룰라까지 진출해 기존보다 40% 늘어난 지역을 관할하게 됐다.

인구 500만여명의 쿠르드자치정부는 1991년 걸프전에서 이라크가 패배한 이후 미국의 지원으로 자치권을 확보한 이래 독자적인 정부와 의회, 헌법, 군(軍) 구성을 보장 받아왔다. 자치정부지만 관할지역에서 하루 22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할 정도로 자원이 풍부해 이라크 중앙정부가 늘 직간접적으로 통제해 왔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