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엎지르면 주워담을 수 없는 것은 물 뿐만이 아닙니다. 인터넷 공간에 올린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사청문회를 앞둔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과거 트위터 글 중 정치적으로 논란이 될 만한 것을 대거 삭제했습니다. 하지만 삭제했다는 사실은 물론 삭제했던 글까지 모두 공개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정 후보자 트위터의 트윗은 24일 현재 282개입니다. 하지만 스스로를 네티즌수사대라고 부르는 ‘자로’는 “정 후보자가 트윗 498개 중 최소 216개를 지웠다”며 구글, 다음 트위터 검색, 인용알티를 이용해 삭제된 트윗의 흔적을 찾아냈습니다.
삭제한 트윗의 내용입니다. 정 후보자는 지난해 11월 25일 오후 10시19분 “조국 박창신 공지영 김용민. 존칭은 생략하고 이 사람들 북한 가서 살 수 있게 대한민국 헌법에 거주 이전의 자유가 있다는 걸 상기시켜 드립니다”라고 적었습니다.
지난해 12월 11일 오후 10시10분에는 “박원순 시장, 대공원 사육사 장례식 조문도 안간 시점에서 조문기사 보도자료 냈다는군요? 언론플레이 선전 선동 이건 주로 좌파 일테면 통진당 수법인데 이 분 민주당 소속이신데 참 놀랍습니다. 조문도 정치적 판단으로 이용하는 건 북한식 발상 아닌가요?”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진보진영의 인사들을 비난하는 글에는 ‘좌빨’ ‘빨갱이’란 단어들이 난무합니다.
삭제된 글 중엔 2012년 8월부터 새누리당 경기도 파주갑 당협위원장을 지내며 박근혜 대선캠프 공보위원으로 활동할 당시의 글이 꽤 많습니다. 야당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을 향해 “쌍용차해고자, 문재인의 눈물은 악어의 눈물!” “문재인 의원은 정녕 현실파악, 상황인식이 문제인 분” 등 거침없는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정 후보자는 글을 삭제하더라도 여기저기 흔적이 남는 트위터의 속성은 잘 몰랐나봅니다. 정 후보자가 숨기고 싶어했던 ‘삭제된 트윗’을 찾아내 정리한 ‘자로’의 글은 현재 1700여명이 구독하고 4900여명이 공유했습니다. 네티즌들은 계속 인터넷 커뮤니티에 퍼 나르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를 누른 사람만 3100여명이니 실제로 읽은 사람은 훨씬 더 많을 것입니다.
네티즌들은 “당당하신 분이 왜 지울까 이해 불가” “지운 게 많은 거 보면 숨기고 싶은 것도 많다는 얘기” “자신이 쓴 글을 삭제하면서까지 자신의 실체를 감추는 사람임을 입증했네요”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인사청문회 통과를 염두에 두고 야당 인사를 비난한 트윗을 서둘러 지웠다는 주장이지요.
인터넷에서 ‘잊혀질 권리’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정 후보자는 대한민국에서 장관을 하려는 분입니다. ‘눈 가리고 아웅’으로 트윗을 지우는 방식이라면 직무를 잘 수행할지 의문입니다. 아무리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 것들은 트윗 말고도 세상에 많으니까요.
민수미 기자 min@kmib.co.kr
[친절한 쿡기자] “아무리 지워도 흔적은 남죠” 정성근, 극우 트윗 삭제 논란
입력 2014-06-25 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