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총리후보 사퇴] 전격 사퇴 배경… 국회 부결 예상되는데 靑까지 설득 나서자…

입력 2014-06-25 02:52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밝힌 자진사퇴 명분은 총리 지명 이후 벌어진 대립과 분열 상황이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걸림돌이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국회 본회의에서 총리 임명동의안이 부결될 가능성 때문으로 관측된다.

그간 여당 내에서도 문 후보자에 대한 사퇴 요구가 잇따르자 청와대까지 강하게 자진사퇴 설득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청문회를 강행할 경우 문 후보자는 문제가 된 발언과 역사관 등에 대해 설명할 기회를 갖게 되겠지만 임명동의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었다. 임명동의안이 통과되더라도 문 후보자가 제대로 총리 역할을 수행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높았다. 청문회 과정에서 추가로 흠집이 날 가능성도 있다. 이런 판단에 따라 문 후보자는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충분히 피력한 뒤 사퇴하는 길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일 ‘예상치 못한 카드’라는 평가와 함께 지명이 발표된 바로 다음날부터 문 후보자는 ‘친일·식민사관’ 파문에 휩싸였다. 교회 내부 강연에서 나온 “일제 식민지배와 남북분단은 하나님의 뜻” “조선민족의 DNA는 게으른 것” 등의 발언이 문제가 됐다.

문 후보자는 “발췌 보도로 진의가 왜곡됐다”면서 법적대응까지 거론하며 적극 반박에 나섰지만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일본으로부터 사과 받을 필요가 없다”는 강의 내용이 또 논란을 빚었다. 문 후보자는 위안부 관련 발언과 함께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성 칼럼에 대해서까지 사과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그러나 문 후보자를 둘러싼 부정적인 여론은 식지 않고 악화일로였다. 박 대통령까지 당초 예정된 총리 인준 서류의 재가를 미루자 우회적으로 자진사퇴를 종용하는 것이라는 시각도 나왔다.

안대희 전 후보자에 이어 문 후보자마저 청문회장에 서기도 전에 낙마한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절차적 민주주의가 무시당하고 있다는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보수층 일각에서는 ‘마녀사냥’ 식 여론몰이가 법을 앞섰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국민들이 청문회를 통해 후보자들의 생각을 들어볼 권리조차 뺏어버렸다는 지적이다. 물론 후보자들의 자질이 청문회가 필요치 않을 정도로 결격 사유가 있었다는 반론도 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