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6·25전쟁 발발 64주년을 하루 앞둔 24일 미국과 남한이 북한을 침략해 전쟁이 일어났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북한이 전쟁 발발 10여일 전부터 사전준비를 했다는 옛 소련정부의 비밀문건이 공개됐다.
이 문건은 '1950년 6월 26일 남한 전투 상황에 대한 1급 기밀 보고서'라는 제목의 영역 본으로 재미 사학자 유광언씨가 워싱턴DC '우드로윌슨센터' 디지털 기록보관소에서 찾아낸 것이라고 연합뉴스가 24일 전했다.
문건에는 6·25전쟁 당시 북한주재 소련대사였던 테렌티 슈티코프가 전쟁 발발 이틀째인 6월 26일 스탈린의 보고라인이던 군 장교를 수신인으로 보낸 전보문이 포함돼 있다. 슈티코프는 북한이 남침 10여일 전부터 인민군을 38선 인근에 재배치하고 24일 자정을 기해 공격 준비를 완료하고도 막상 38선을 넘은 후 참모부와 야전부대 간 통신 두절, 사령관들의 지휘력 결핍 등으로 작전 수행에 애를 먹었다고 보고했다. 슈티코프는 "군사행동 시작 때부터 통신수단을 잃어 상하 의사소통이 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인민군 참모부는 첫날부터 야전부대 전투를 직접 지휘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인민군 사령부는 전투 경험이 없다. 대포·탱크 사용도 능숙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슈티코프는 남한에 대해선 "남한 정부와 (존 무치오) 주한 미국대사는 라디오로 주민들에게 동요치 말 것을 당부했고, '국군이 성공적인 임무를 수행 중'이라고 거짓말도 했다"고 소개했다.
이런 역사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이날 노동신문에서 2∼6면 지면을 할애해 6·25전쟁 관련 기사를 쏟아내며 남한과 미국을 강하게 비난했다. 노동신문은 "미국이 세계를 지배하려고 조선전쟁을 도발했으며 남조선과 함께 역사를 덮어버리려고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이 북한에 전쟁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군사적 대립을 조장해 또 다른 전쟁을 도발하려는 음모"라고 비난했다. 노동신문은 6·25전쟁 발발 닷새 전 존 포스터 덜레스 당시 미 국무장관 고문이 38선을 시찰한 사진도 실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
"北, 6·25전쟁 사전 준비했다" 舊소련 비밀문건 공개
입력 2014-06-25 03: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