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년간 방치돼 있던 동학농민혁명 지도자의 유골이 혁명 전승지인 황토현에서 잠들게 됐다.
유골을 관리하고 있는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는 이사회를 열고 농민군 지도자의 유골을 전북 정읍시 황토현 전적지에 모시자는 정읍시의 제안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기념사업회는 26일 김생기 정읍시장과 만나 안장 장소와 일정 등을 협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읍시 덕천면에 있는 황토현 전적지는 1894년 농민군이 관군을 대파했던 곳이다. 정읍시는 전적지 내 ‘갑오동학혁명기념탑’과 ‘전봉준장군 동상’이 있는 산자락에 이 유골을 안장할 예정이다.
기념사업회 측은 동학농민혁명 120주년을 맞아 더는 유골을 박물관에 둬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은 데다 정읍시가 적극적인 의사를 보여 이번에 안장을 성사시킬 방침이라고 말했다. 앞서 유골을 보관하고 있는 전주역사박물관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인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유족회 등도 찬성의 뜻을 밝힌 바 있다.
이에 기념사업회는 이르면 다음 달 중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구체적인 준비작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추진위에는 기념사업회와 기념재단, 정읍시, 유족회 등 동학 관련 단체들이 모두 참여할 예정이다. 안장 시기는 준비에 걸리는 시간 등을 고려할 때 오는 11월 중순이 검토되고 있다.
이 유골은 1995년 일본 홋카이도대학의 옛 표본고(標本庫)에서 발견됐다. 유골 측면에는 ‘한국 동학당 수괴의 수급(머리)’이라는 글씨가 적혀 있다. 함께 발견된 문서에는 ‘메이지 39년(1906년) 9월 20일 진도(전남)에서 시찰 중 수집’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유골은 기념사업회 등의 노력으로 1년 뒤인 1996년 국내로 봉환됐다. 그러나 수년간의 조사에도 정확한 신원과 사망 시기를 밝혀내지 못한 채 2002년부터 전주역사박물관 항온 항습 수장고에 안치돼 왔다.
문병학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사무처장은 “그동안 백방으로 유골이 안장될 곳을 찾았으나 해결책을 찾지 못해 안타깝고 죄인 된 마음이었다”며 “혁명 120주년을 맞아 올해 영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동학혁명 지도자 100여년 만에 전승지서 잠든다
입력 2014-06-25 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