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켜만 봐달라는 단원고 생환 학생들의 호소

입력 2014-06-25 02:10
“대한민국의 평범한 18세 소년 소녀들, 평범한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로 바라봐주세요. 그리고 ‘세월호 사고’를 잊지 말아주세요.”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 극적으로 구조된 경기도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 72명이 25일 학교 복귀를 앞두고 전한 대국민 호소문이다. A4용지 한 장에 적힌 이 글은 안산 곳곳에 뿌려졌다. ‘가만히 있으라’는 선내 방송을 뒤로하고 과감히 선실 밖으로 뛰쳐나왔던 이들은 모두 75명이다. 2명은 이미 학교에 다니고, 1명은 여전히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참사 71일 만에 그리던 교정을 다시 찾는 이들은 당분간 소통·치유 중심의 수업을 받게 된다고 한다. 사고 현장에서 가까스로 살아나온 학생들의 복귀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다. 학교에서 웃고 떠들던 친구 5명이 아직도 차디찬 바닷속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고 240여명은 이미 주검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살아남은 자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함께 빠져나오지 못한 친구들을 생각할 때마다 먹고 자고 웃고 떠드는 모든 일이 죄짓는 것 같습니다.” “눈물을 쏟다가도 배를 잡고 웃을 때도 있고 갑자기 우울해졌다가도 금방 웃기도 합니다.” “원래의 평범한 학생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이들의 절규는 애절하고 처절하다. 자원봉사자로 나선 심리치료 전문가들이 이들의 치유를 돕고 있지만 아이들이 바라는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국민 모두가 나서야 한다. 이웃은 물론 거리에서 무심코 스치는 우리 모두 아이들의 바람대로 과도한 시선은 접어야 한다. 언론도 학교에 복귀하는 아이들에 대한 취재 경쟁을 자제해야 한다.

생존 학생들은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아 달라고 당부하면서도 진상 조사에는 적극 협력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기말고사가 끝난 뒤인 다음달 말 세월호 재판에 직접 증인으로 나서겠다는 것이다. 그것이 영문도 모르고 바닷속으로 사라진 친구들에게 조금이라도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제 어른들이 화답할 때다.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위해 책임 있는 어른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