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니발은 대선 후보의 차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 선거일 한 달여 전부터 카니발을 타고 유세를 다녔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후보 시절 이 차를 탔다. 대선 후보들이 고급 세단을 마다하고 이 차를 택한 이유는 실용적인 실내 공간에 있다. 9년 만에 새롭게 출시된 ‘올 뉴 카니발’도 확 바뀐 실내가 먼저 눈에 띈다. 카니발은 지난달 22일부터 지난 20일까지 약 한 달 기간에 1만2000대가 사전 계약됐다. 23일 경기도 화성시 현대자동차그룹 남양연구소에서 카니발 실내 설계의 주역 5명을 만났다. 이들은 최근 수년간 설계한 신차 가운데 카니발에 가장 오랜 시간 공을 들였다고 입을 모았다.
◇달라진 고객 라이프스타일을 찾았다=9인승을 기준으로 신형 카니발은 시트 배열이 2·2·2·3 형태다. 과거의 3·3·3에서 한 줄이 더 늘었다. 앞의 6석은 좌석이 한결 넓어졌고 맨 뒤의 3석은 보조석 성격이 강하다. 고객의 실제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결과다. 우창완 내장설계실장(이사)은 “시장조사를 해보니 4인 가족의 가장이 부모를 모시고 패밀리 카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6명이 짐을 충분히 싣고 편하게 장거리를 갈 수 있도록 실내 구조를 바꿨다”고 말했다.
운전자와 조수석 사이에 있던 작은 보조석을 과감히 떼어낸 것도 평일에는 1인 운전이 많다는 조사 결과를 고려한 것이다. 우 이사는 “홀로 운전할 때 최대한 승용차 느낌이 나도록 운전석 주변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신형 카니발은 뒷좌석 가운데로 통로를 내 중간이 뻥 뚫려 있다. 여기에는 탑승자 간 소통을 돕겠다는 철학이 담겨 있다. 이호달 인테리어설계팀 파트장은 “맨 뒷자리에서도 운전자가 가깝게 느껴져 실내에서 대화가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야심작 ‘싱킹 시트’의 비밀은=세계 시장에서 카니발의 경쟁 차량은 도요타의 시에나와 혼다의 오딧세이다. 개발진이 이들 차의 적재 공간 확보 방식에 견줘 자랑하는 신기술은 ‘싱킹 시트(sinking seat)’다. 짐 실을 공간이 필요할 때 마지막 4열을 접어 바닥으로 숨길 수 있다. 다시 좌석을 원하면 시트에 달린 손잡이를 위로 당기면 된다. 김상호 시트시스템설계팀 책임연구원은 “저도 카니발을 모는데 짐 실을 공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시트를 떼어내거나 감춰야겠다는 생각에서 개발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4열을 접으면 바닥은 감쪽같이 평평해진다. 이 마술 같은 장치를 구현하는 과정에 시행착오가 많았다. 김 책임연구원은 “사람의 관절처럼 구부러져야 하는 부위가 9개나 되고 스프링의 세기도 접을 때와 펼 때 서로 달라야 했다”며 “수없이 많은 기술적 시도로 문제를 극복했다”고 말했다.
남양연구소 내장설계실의 한 방에는 사람이 앉았을 때 시트 각 영역의 무게 분포를 색으로 표시해주는 장치가 있다. 개발진은 ‘기존 카니발은 시트가 불편하다’는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정밀한 측정을 했다. 그 결과 시트에서 허벅지가 닿는 부분을 넓히고 좌우에서 허리를 받쳐주는 부위는 차별적으로 단단하게 만들었다. 비행기의 비즈니스 좌석과 같은 ‘럭셔리 시트’를 장착한 카니발도 전략적으로 준비 중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곳도 챙겼다”=신형 카니발에는 휴먼머신인터페이스(HMI) 기술이 대거 쓰였다. 사람이 가장 편한 조건에서 차를 다룰 수 있도록 운전대와 버튼, 손잡이 등을 정교하게 제작했다. 이정훈 인간공학기술팀 책임연구원은 “테일게이트(뒷문) 손잡이의 경우 손이 닿는 면적을 서로 다르게 한 5개의 시제품을 만들고 25명에게서 평가를 받아 최종안을 채택했다”고 말했다. 실내 모든 버튼은 누르기 쉽도록 오목한 형상으로 제작했다.
운전석 오른쪽의 콘솔박스는 수납공간이 일반 세단에 비해 4배나 큰 19ℓ다. 최호식 칵핏모듈설계팀 파트장은 “큰 공간을 확보하면서도 운전자가 불편하지 않도록 암레스트(팔을 놓는 부분)를 늘리는 대신 슬라이딩 방식의 트레이를 장착했다”고 말했다.
우 이사는 “일관된 디자인 철학을 갖고 고객의 감성을 반영해 계속 업그레이드하는 게 명품의 조건”이라며 “앞으로 선보일 신차 제작에도 실내 일부만 보더라도 현대·기아차라는 걸 알 수 있도록 사소하고 기본적인 것에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가격은 9인승 2990만∼3630만원, 11인승 2720만∼3580만원(자동변속기 기준)이다.
화성=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대선 후보들은 왜 이 車를 선호할까… 설계 주역 5인이 말하는 ‘카니발’
입력 2014-06-25 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