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말 같지 않은 소리 아무도 상관 안 해 자기 잘못 광고하는 격”

입력 2014-06-25 02:36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가 2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소르본대에서 열린 피해자 증언 행사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87) 할머니는 일본 정부가 위안부의 강제 동원을 인정한 1993년 ‘고노(河野) 담화’ 검증 보고서를 발표한 데 대해 “자기 잘못을 광고하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길 할머니는 2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소르본대에서 열린 증언회에서 “말 같지 않은 소리에는 남들이 귀 기울이지 않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말이 되는 말을 해야 남이 듣지, 상대편(일본 정부)의 말이 말 같지 않으면 아무도 상관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고령의 길 할머니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소르본대에서 프랑스인 청중 앞에 섰다.

감옥에 갇힌 아버지를 빼낼 돈 10원이 필요했던 길 할머니는 13세 때 공장에 취직시켜준다는 사람을 따라 나섰다가 일본군 위안부가 됐다. 그는 “죽음보다 못한 삶일 줄 누가 알았겠나. 너무 아팠다”면서 “열세 살 어린 나이로 견디기 어려워 ‘엄마, 엄마’라고 소리쳤다”고 낮은 목소리로 증언했다. 이어 “광복 후 누군가의 아내가 되고 싶었고, 엄마 소리도 듣고 싶었지만 내겐 아무 의미 없는 이름들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길 할머니는 “이제 여든일곱이 된 나는 부끄럽지 않고 당당하게 외친다. 일본 정부는 사죄하고 배상하라”고 강조했다. 강연 마지막에 “20년 동안 나 혼자 싸웠지만 (일본 정부는) 들은척도 안 하니까 여러분이 좀 도와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두 시간가량 진행된 증언회에는 50여명의 교수와 학생, 파리시민들이 참석했다. 일부는 눈시울을 붉혔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25일 파리 에펠탑 부근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수요시위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