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22사단 총기난사 사건을 계기로 이른바 ‘관심병사’에 대한 군의 부실한 관리가 비판을 받고 있다. 관심병사란 군 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특별한 보살핌이 필요한 군인을 일컫는다. 이번에 사건을 일으킨 임모 병장 역시 관심병사였다. 국방부는 부적응 정도에 따라 관심병사를 A(특별관리 대상), B(중점관리 대상), C(기본관리 대상) 3등급으로 나눠 특별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체 관심병사의 정확한 수도 파악하지 못하고 등급 기준도 애매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됐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국방부는 부대원의 전출입 과정에서 관심병사 수가 매일 바뀌어 집계가 어렵다고 해명했으나 이는 직무유기나 마찬가지다.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예하 부대에서 파악한 수를 모두 더하기만 해도 손쉽게 집계할 수 있다. 등급 기준도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C등급 대상자 가운데는 동성애자가 포함돼 있다. 군내 동성 성추행·성폭력이 심각한 상태임에도 동성애자를 가장 경미한 등급에 넣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관심병사 제도를 얼마나 안이하게 다루는지 여실히 드러낸 사례라 할 수 있다.
아울러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이 전체 병사의 20% 정도를 관심병사로 추정한 발언은 충격적이다. 병사 5명 중 1명이 부대에 적응을 못하는 군대가 정상적이라 할 수 있나. 또 이런 군에 국토방위를 믿고 맡길 수 있을지 불안하다. 국방 전략을 짤 때 국방부가 과연 이런 실태를 감안했는지 묻고 싶다. 이는 우리 군의 명예와도 관련된 사안이다. 김 대변인은 명확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국방부가 뒤늦게 전군에 대한 정밀진단을 실시하고 관심병사 등급 변경을 지휘관이 임의로 하지 못하게 하는 등 대책을 마련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효과는 거두겠지만 근본적 처방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하다. 관심병사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신세대 장병들에게 맞는 병영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신세대 병영문화가 엄격한 규율과 철저한 상명하복의 군대문화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겠지만 다른 방도가 없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 방향으로 가야 한다. 게임 중독, 입시 스트레스, 가족 간 대화 부재, 만연하는 학교 내 ‘왕따문화’ 등으로 인해 문제를 안고 입대하는 병사는 갈수록 늘어날 것이다. 제도 개선을 통한 대증적 처방과 동시에 근원적 치유법이 불가피한 이유다.
한편으로는 관심병사를 ‘관리’의 대상이 아닌 ‘관심’의 대상으로 바라봐야 한다. 지금처럼 ‘골치 아픈 존재’로만 인식하고, 사고만 일으키지 않으면 된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인식의 전환이 선행되지 않는 한 비슷한 사고는 재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명심해야 겠다.
[사설] 관심병사가 20%라면 그런 군대가 제 몫 하겠나
입력 2014-06-25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