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전도 ‘엔트으~리!’ 선발 변화 없다는 洪

입력 2014-06-25 02:53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24일(한국시간) 브라질 포스두이구아수의 베이스캠프에서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 홍 감독은 27일 조별리그 3차전 벨기에 경기에서도 1, 2차전 때와 같이 공격수 박주영을 중심으로 한 '의리' 엔트리를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원팀, 원스피릿, 원골(One Team, One Spirit, One Goal)’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야심 차게 출범한 홍명보호. 선수 선발 원칙은 간단했다. ‘소속팀에서 꾸준히 뛰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홍명보 감독은 “내가 원칙을 깼다”며 박주영 등 해외파들에게 특혜를 안겼다. 원칙이 무너진 대표팀은 브라질월드컵에서 삐걱거리고 있다.

홍 감독은 최근 3년 동안 소속팀에서 제대로 출장 기회를 잡지 못한 박주영을 조별리그 1, 2차전에 원톱으로 선발 출격시켰다. 그러나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박주영은 2경기에서 슈팅을 1개밖에 날리지 못했다.

홍 감독은 국내파보다는 해외파를 더 높이 평가하고 있는 듯하다. 현재 23명의 대표팀 엔트리에서 국내파 필드플레이어는 이근호(상주), 김신욱(울산), 이용(울산) 3명뿐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브라질월드컵에서 국내파가 해외파보다 더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조커’ 이근호는 18일(한국시간) 러시아전에서 선제골을 터뜨렸고, 23일 알제리전에선 추격의 불씨를 당기는 만회골을 어시스트했다. 김신욱은 알제리전에 교체 출장해 제공권을 장악하며 공격의 실마리를 풀어 나가는 역할을 잘 수행했다.

이제 국민들의 관심은 온통 벨기에전 선발 라인업에 쏠려 있다. 일각에서는 박주영이 부진한 모습을 보임에 따라 ‘거꾸리와 장다리 콤비’ 이근호와 김신욱을 선발로 출전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 근거로 스페인의 조별리그 3차전을 들고 있다. 2패로 일찌감치 16강 진출이 좌절된 ‘디펜딩 챔피언’ 스페인은 호주와의 최종전에서 그동안 부진했던 주전 선수들 대신 백업요원들을 투입해 3대 0 완승을 거뒀다. 적어도 ‘유종의 미’는 거둔 셈이다.

그러나 홍 감독은 알제리전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벨기에전 선발 선수 변화까지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끝까지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24일 오전 대표팀 훈련장 공기는 무거웠다. 태극전사들의 발걸음도 무거워 보였다. 그렇다고 희망마저 잃은 것은 아니었다. 태극전사들은 “0.1%라도 (16강 진출의) 가능성이 있다면 도전해야 한다”며 이를 악물었다.

대표팀은 브라질 포스두이구아수의 베이스캠프에서 벨기에전을 대비한 훈련을 했다. 알제리전에서 선발로 나선 ‘홍명보의 아이들’은 스트레칭을 한 뒤 침묵 속에서 달리기로 컨디션을 조율했다. 주전 선수들의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었지만 백업요원들은 활기찬 움직임으로 볼 뺏기와 슈팅 연습 등을 했다. 좋은 슈팅이 나오면 환호성을 질렀고, 가끔 웃음도 터뜨렸다.

이근호는 자신의 역할에 대해 “주어진 시간 내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라며 “벨기에전 선발이 누구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가 정신적으로 새롭게 무장하는 게 중요하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김신욱도 “우리 선수들 중에 포기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마지막까지 투혼을 발휘하면 기적이 일어날 것으로 믿는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포스두이구아수=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