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는 위기에 닥쳤을 때 더욱 빛을 발했다. 모두가 끝났다고 했을 때 다시 일어섰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1무1패를 기록하며 낭떠러지로 내몰린 홍명보호가 오는 27일(한국시간) 벨기에와의 마지막 조별리그 경기에서 특유의 투혼으로 16강 진출의 기적을 일궈내길 많은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홍명보 감독은 1998년 6월 25일(현지시간)을 기억하고 있다. 홍 감독이 수비수로 뛰었던 프랑스월드컵 대표팀은 멕시코전 1대 3, 네덜란드전 0대 5로 패해 2패를 안고 벨기에와 최종전을 맞이했다. 벨기에 공격수는 현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마르크 빌모츠 감독이었다.
16년 전 축구 변방에 불과했던 우리 대표팀은 16강 진출이 이미 좌절됐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그동안 고수했던 스리백 대신 포백 전술로 승부수를 던졌다. 경기 도중 머리가 찢어진 수비수 이임생은 붕대를 감고 다시 뛰어 전 세계 축구팬들의 가슴을 울렸다. 과감한 변신과 투혼이 한국 축구를 빛낸 경기였다.
앞서 한국은 ‘도쿄대첩’으로 프랑스월드컵 본선에 힘겹게 진출할 수 있었다. 97년 9월 28일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에서 일본과 만난 한국은 원정경기의 불리함을 딛고 이민성의 극적인 중거리 역전골로 본선행 티켓을 쥐었다.
2010 남아공월드컵의 기억은 아직도 선명하다. 1승1패를 기록했던 한국은 16강 진출이 불투명했다. 같은 해 6월 22일 나이지리아와의 3차전에서 선제골까지 허용해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후반 박주영의 동점골로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93년 10월 28일 ‘도하의 기적’은 한국 축구사에서 손에 꼽히는 감동의 장면이다. 미국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한국의 본선 진출은 무산된 것으로 보였다. 같은 시간 열린 마지막 경기에서 우리는 북한을 3대 0으로 이겨놓고도 기뻐할 수 없었다. 골득실을 따지기 위한 우리 쪽 요건은 충족됐지만 일본이 이라크를 상대로 최소한 비기길 바라야 하는 상황이었다. 후반 추가시간에 돌입했지만 일본이 1점차로 앞서고 있었다. 우리 선수들이 고개를 숙이고 경기장을 걸어 나오던 순간 이라크가 막판 동점골을 넣었다는 기적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온 국민이 겅중겅중 뛰며 환호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잊지 못할 한국 축구 기적들, 제발 다시 한번… 위기의 순간마다 특유의 투혼 빛나
입력 2014-06-25 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