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진홍] 알제리 축구

입력 2014-06-25 02:52
2012년 7월 알제리를 방문한 적이 있다. KOICA(한국국제협력단)의 공적개발원조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그때 받은 인상은 묘했다. 오랜 기간 식민 지배를 겪은 탓인지 시민들 눈빛에서 외국인에 대한 경계심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외국인은 자유롭게 다니는 것도 금지됐다. 당시 나흘 동안 차량으로 2100㎞ 정도를 옮겨 다녔는데, 입국할 때부터 출국할 때까지 경찰차가 안내를 맡았다.

그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도로가 정체될 때마다 경찰 1명이 차창 밖으로 상체를 내밀고 호루라기를 불어대거나 소리를 질렀고, 동시에 운전자는 클랙슨을 울려대며 길을 비키라고 요구했다. 불만을 표시하는 일반 운전자들이 있을 법한데 전혀 아니었다. 모두 군말 없이 차량들을 길 양쪽 가장자리로 이동시켰다. 경찰의 힘이 막강하다는 의미다.

그때 들은 이야기 하나. 대부분의 알제리 국민들이 잘살지는 못하지만 축구라면 사족을 못 쓴다는 것이었다. 프랑스 식민 통치에 항거해 1962년 독립을 쟁취하기까지 무려 100여만명이 숨졌다. 하지만 알제리인들은 프랑스를 동경하고 있다. 지중해만 건너면 갈 수 있는 가까운 곳이기도 하거니와 프랑스에서 축구선수로 맹활약 중인 알제리인들 때문이다.

대표적인 선수가 지네딘 지단. 그는 마르세유의 가난한 동네에서 태어났으나, 그의 부모는 알제리 소수민족인 베르베르족이다. 어렸을 적부터 축구에 빠졌던 그는 프랑스의 월드컵 우승과 유럽선수권대회 우승을 이끌었고, 월드컵 MVP와 유럽선수권대회 MVP 그리고 FIFA 올해의 선수상 등을 차지하는 진기록을 남겼다. 우아한 볼터치로 정평이 난 그는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라는 찬사도 받고 있다. 이번 브라질월드컵에서 프랑스 대표로 뛰고 있는 카림 벤제마 역시 출생지는 리옹이지만 베르베르족 출신이다. 벤제마는 E조 예선 스위스 및 온두라스와의 경기에서 3골을 터트려 프랑스의 16강 진출을 견인했다.

알제리 대표팀 주공격수 소피안 페굴리는 ‘뉴 지단’으로 불리고 있다. 또 ‘알제리의 메시’로 통하는 야신 브라히미와 최근 2년 동안 A매치에서 10골을 넣은 이슬람 슬리마니 등이 포진해 있다. 브라질월드컵 H조에 편성된 벨기에와 러시아보다는 다소 약체로 평가되지만 정교한 전술과 뛰어난 개인기로 우리나라를 2-4로 꺾음으로써 우리나라보다는 한수 위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나저나 한국대표팀은 남은 벨기에전을 어떻게 치를까.

김진홍 수석논설위원 j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