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 누적으로 로빈 판 페르시가 빠졌지만 네덜란드에는 ‘총알탄 사나이’ ‘왼발의 달인’ 아르연 로번(30)이 있었다. 로번은 스피드를 앞세워 네덜란드의 초고속 축구를 이끌었다.
네덜란드는 24일(한국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의 아레나 데 상파울루에서 열린 조별리그 B조 최종전에서 로번의 활약에 힘입어 칠레를 2대 0으로 완파했다. 이로써 네덜란드는 3전 전승으로 B조 1위를 차지하며 16강에 진출해 오는 30일 A조 2위인 멕시코와 8강 진출을 다툰다.
네덜란드는 조별리그 1·2차전과 같은 스리백 전술을 들고 나왔다. 칠레도 기존에 쓰던 스리백으로 맞상대했다. 자신들의 색깔로 경기 내내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네덜란드는 스피드를 앞세운 ‘토털사커’를, 칠레는 강한 압박으로 한 ‘닥공축구’로 상대의 골문을 노렸다.
경기는 패스 축구를 앞세운 칠레가 주도권을 쥔 상태로 이어졌다. 볼 점유율에서 64%대 36%로 앞섰고 패스 성공률도 79%대 62%로 높았다. 하지만 위협적인 장면은 네덜란드에서 많이 나왔다. 칠레는 유효슈팅이 1개인 반면 네덜란드는 8개나 됐다. 날카로운 네덜란드 공격의 선봉에는 역시 로번이 있었다.
판 페르시가 빠져 상대 수비수들의 집중마크가 이어졌지만 로번은 빠른 스피드를 이용해 칠레 진영을 종횡무진 누볐다. 전반 39분 중원에서 칠레 문전까지 65m 폭풍 드리블로 왼발 슛까지 때린 장면은 칠레의 간담을 서늘케 하기 충분했다.
로번의 진가는 경기가 막바지로 향할수록 빛났다. 후반 21분 페널티 박스 왼쪽까지 드리블한 뒤 날카로운 슛을 날리며 칠레의 골문을 두드렸다. 레로이 페르의 선제골로 앞선 후반 추가시간엔 멤피스 데파이의 쐐기골을 도와 자신의 진가를 증명했다. 로번이 만들어낸 골이나 다름없었다. 역습 상황에서 상대 진영을 빠르게 돌파한 로번이 반대편으로 쇄도하던 데파이에게 완벽하게 연결했고 데파이는 발만 갖다 대 골을 만들었다. 로번은 경기 최우수 선수를 의미하는 맨 오브 더 매치(MOM)로 선정됐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배트맨보다 빠른 로번… 초고속 축구로 칠레 2대0 잠재워
입력 2014-06-25 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