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정원교] 중국의 두 얼굴

입력 2014-06-25 02:29

5월 4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취임 후 처음으로 베이징대를 방문했다. 중국 현대사에 한 획을 그은 5·4운동 기념일에 맞춰 그 진원지를 찾은 것이다. 시 주석은 학생들의 시낭송회를 참관하고 교수들과 좌담회도 가졌다. 이를 통해 그의 트레이드마크 ‘중국꿈(中國夢)’을 강조했다.

베이징대 학생 가운데 바둑 고수가 시 주석 앞에서 직접 바둑을 두는 시간도 있었다. 그는 초반부터 공세적인 포석을 했고 공격적인 기풍을 선보였다. 이에 시 주석은 “중국 외교부 관리들도 이 모습을 좀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공격적인 외교를 바라는 내심을 드러낸 셈이다.

G2(주요 2개국) 중국의 행보에 거침이 없다.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하더니 남중국해에서는 암초 매립을 통한 군사기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곳에서도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최근 영국 방문길에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의 면담을 조건으로 내세워 영국에 굴욕을 안겨줬다. 영국 더 타임스는 “여왕이 장기판 졸이 됐다”고 한탄했다. ‘차이나 머니’의 위력이 없었다면 가능했을까. 리 총리는 영국에 무려 24조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고,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티베트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화답했다.

세계은행(WB)은 중국이 구매력평가(PPP) 기준 국내총생산(GDP)에서 올해 말 미국을 앞설 것이란 보고서를 지난 4월 말 발표했다. 예상보다 빨리 세계 1위 경제대국이 바뀐다는 얘기다. 군사·외교·경제면에서 거칠게 굴기하는 중국의 단면들이다.

하지만 이면에는 적지 않은 ‘지뢰’가 깔려 있는 것도 사실이다. 부동산 거품 붕괴를 걱정하는 중국 내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고, ‘그림자 금융’으로 인한 금융위기 가능성도 제기된다. 각 분야의 도덕적 해이 현상을 보면 “이 나라가 과연 G2 맞나”란 생각이 들 정도다.

특히 부패 문제는 나라를 위기에 빠뜨릴 만큼 심각하다. 고위직이든 하위직이든 그들 나름대로의 방식이 있다. 가족이 외국에 살고 있는 ‘기러기 공무원’을 뜻하는 뤄관(裸官)은 100만명이 넘고 그들이 빼돌린 돈은 최대 30조원 이상이라는 대목에서는 혀를 내두르게 된다. 올해 허난(河南)성 가오카오(高考·대입수능시험)에서 발각된 대규모 대리시험 사건은 하위직 공무원의 의식을 잘 보여준다. 대리시험을 부탁한 학부모 대다수가 지방 관리들이었다.

사법권 독립이나 언론자유가 없는 점도 체제를 위태롭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중국 당국은 최근 사법제도 개혁안을 내놓았지만 공산당이 사법제도를 통제하는 체제는 그대로다. 언론은 ‘당의 가장 날카로운 무기’로 인민을 상대로 한 선전 공작의 주요 수단일 뿐이다. 국방비보다 더 많은 체제 유지비용을 쏟아부어야 하는 사회의 한계다.

시진핑은 중국꿈을 이루기 위해선 자신의 집권기간 10년이 아주 중요하며 그중에서도 초기 3년이 결정적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당·정·군은 물론 경제 권력까지 틀어쥐고 앞장서서 개혁 조치를 밀고 간다는 것이다.

우리의 운명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중국. 이 나라가 “신중국 출범(1949년) 100주년까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이룬다”는 중국꿈을 과연 현실로 만들 수 있을까. 베이징 특파원으로 지내는 동안 만나본 전문가 대다수는 이에 대해 단서를 달았다. “각종 지뢰를 무난히 제거한다면”이라고.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